▲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급식 관련 인터뷰 기사.
그는 급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00% 무상급식 확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대한급식신문(편집)
인터넷으로 신청하기 때문에 '낙인효과' 없다고?최근 무상급식 중단이 시작된 곳은 홍준표 지사가 있는 경상남도이다. 앞서 그는 선거를 계기로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국회의원이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무상급식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들이 세우는 국민현혹 공약"이라고 비난하더니, 2012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서는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다가 도지사로 당선된 이후에는 다시 무상급식을 공약한 바 없다면서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해버렸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도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지지하고 나섰다. 분노한 학부모들이 도청과 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제1야당 대표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홍준표 지사를 방문해 해결을 촉구하고, 전국 시도교육감들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홍준표 지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다.
결국 지난 19일 경남 도의회는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급식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가난을 증명하고 급식을 지원받아야 하는 것이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홍준표 지사나 새누리당은 '요즘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동사무소나 인터넷을 통해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낙인효과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더 가난하게 보이려 애써야 하는 현실, 너무 모른다
이런 주장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개학하면 학교는 정신 없이 바쁘다. 그 중에서도 교사들을 가장 바쁘게 하는 것이 바로 학비나 급식비 지원과 관련된 일이다.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조례나 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몇 번을 강조하고,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학비나 급식비 지원 신청을 잘 안 한다. 결국에는 담임교사가 일일이 해당 학생을 한 명씩 불러서 이야기하거나 학부모에게 전화로 지원 신청을 하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
이렇게 하여 인터넷으로 또는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만 하면 학비나 급식비 지원이 나오는 학생은 전체의 20~30% 정도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나머지 학생이 전부 지원이 필요 없는 부잣집 자녀들인 것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이런 학생들은 일일이 학교, 즉 담임교사를 통하여 지원 신청을 해야 한다.
담임교사를 하면서 가장 싫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지원에는 증빙서류가 필요한데 의료보험 납부 영수증이나 월세 증명서 같은 것들이다. 바로 '가난증명서'이다. 이 가난증명서를 바탕으로 담임은 학생과 집안 형편에 대해 상담하고,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담임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으면 직접 학비지원 신청서, 급식비 지원 신청서, 장학금 신청서 등을 써야 한다. 그 내용은 '이 학생이 얼마나 가난한가, 이 학생의 가정이 얼마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담임들은 이걸 구구절절 쓰면서 절망한다. 심사위원회 또는 선정위원회에서 지원대상자로 선정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불쌍'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신청한 학생의 태반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
담임교사들은 학비나 급식비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파악하면서 한 번 절망하고, 이렇게 구구절절 가난을 증명하는 지원신청서를 쓸 때 또 한 번 절망하고, 지원대상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결과에 다시 한 번 절망한다. 가난증명서를 들고 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절망할까?
'무상급식 100% 확대'와 '고교 무상교육' 말하던 사람 어디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