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브릭스(BRICS)' 5개국 정상. 푸틴은 대외적으로 여러 비판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Roberto Stuckert Filho
이 가공할 지지율은 넴초프 암살의 '푸틴 배후설'을 반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한마디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넴초프가 멀쩡히 살아 정부를 비판해도, 푸틴에 대한 국민의 성원이 하늘을 찌르는데, 무엇 때문에 위험하고 골치 아픈 일을 벌이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를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자, 대통령 공보비서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성명을 발표했다. "넴초프는 결코 푸틴 정부를 위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런 말까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인기에 비하면, 보리스 넴초프의 영향력은 보통 시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영국 <가디언>지의 숀 워커 모스크바 특파원은 이를 언급하며, "정부 관계자가 (망자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놀랍기는 하지만,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썼다. 넴초프가 푸틴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것은 사실이나, 그의 영향권은 소수 진보진영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워커는 비판자를 공공연히 살해하는 것이 "푸틴 정부가 정적을 다뤄온 방식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고소·고발 남발, 가택연금, 구금 등으로 괴롭히고 귀찮게 해 힘을 빼는 것이 훨씬 러시아 정부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정부가 해온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비판세력을 억눌러온 것이다.
러시아 전문가로, 미 정부 정책자문 역을 지낸 폴 스트론스키 역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문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협박하거나, 가두거나, 완력으로 괴롭히거나, '간첩' 딱지를 붙여 나라를 떠나게 만드는 게 인사를 다루는 일반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넴초프는 누가, 왜 죽인 것일까?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