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 최선달!공인된 외국인 최초의 선달(센다쯔) 연수회에서 찍은 기념사진.
하도겸
8세기 무렵 일본 불교(밀교)의 대표적인 종파인 진언종(眞言宗)의 창시자인 고보다이시(홍법대사: 弘法大師)는 시코쿠 해안가와 산길을 따라 포교의 길을 걸으며 불교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그 포교 중에 연을 맺을 곳에 훗날 88개의 사찰이 들어섰다. 이후 제자들과 신도들이 그 사찰들을 차례로 순례하는 전통이 생겼고 지금은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두 명이 동행한다'는 뜻을 가진 '동행이인(同行二人)'으로 대표되는 이 길을 함께 걷는 '두 명'은 순례자 자신과 고보 대사를 뜻한다. 결국, 밀교에서 부처님처럼 숭배 받는 스님인 홍법대사와 함께 걷는 경건한 순례의 길이 된다.
홍법대사 구카이(공해:空海, 774~835)의 스승은 혜과(惠果)이며, 그 스승이 바로 신라밀교승인 현초이므로 고보다이시는 신라승 현초의 손자벌에 해당하는 손상좌인 제자인 셈이다. 현초 스님이 안 계셨으면 고보다이시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연유로 오헨로는 2013년 11월 제주 올레 '우정의 길'이 되었다.
따라서 이 길을 걷는 것은 일제의 길을 아무생각 없이 걷는 게 아니라 우리의 소성거사 원효와 같은 일본 홍법대사와 함께 그에게 불교를 가르쳐 준 현초 대사, 나아가 부처님과 여러 조사들의 길을 걷는 의미도 되며 제주 올레 우정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부처님 법을 따르는 데 우리 신라 현초 스님의 제자가 일본인이라고 해서 굳이 배척할 이유가 전혀 없다. 특히 그 길을 걷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순수하다면.
오헨로의 순례길은 전체 길이만 1200~1400km에 이른다. 모든 코스를 일주할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걸어도 45일은 족히 걸린다. 이 길에는 스게가사라 불리는 삿갓과 하쿠이라는 수의를 상징하는 흰 옷을 입고 나무 지팡이를 짚고 염주와 지레이라 불리는 종, 와게사(목에 걸어 가슴에 드리우는 약식 가사) 경본 등 적지 않은 물품이 함께 한다.
비용을 절약하고자 20kg이 넘는 직접 배낭을 메고 텐트와 침낭만으로 노숙까지 해 가면서 걸어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