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농사를 짓는 상우씨, 할머니에게 메주 쑤어서 된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매거진군산 진정석
상우씨는 태어나 보니 군산 '회현 떡집'의 손자였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해야 하는 떡집의 고된 일. 할머니와 어머니가 맡아서 했다. 어린 상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머니 곁에서 일을 돕다가 학교에 갔다. 성인이 된 상우씨는 제대 후 호원대학교 전기학과에 복학하면서부터 농사를 직업으로 삼았다. 그때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다.
어머니는 반대했다. 힘들게 몸 쓰면서 일해도 불확실성이 큰 게 시골 일이니까. 상우씨는 "떡집 일이 없을 때는 콩 농사를 하면 돼요"하고 고집을 부렸다. 한 분야의 명인까지 되고 싶었던 상우씨는 할머니한테 메주 쑤어서 된장 담그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콩 농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씨 뿌리고 수확까지 5~6개월, 열흘 정도만 바짝 일하는 것도 콩 농사의 매력이었다.
스물일곱 살 상우씨, 순창에서 열린 농축산식품부의 장류 교육을 6개월간 받았다. 일본에 가서 쯔게모노(장아찌)와 미소 된장을 만드는 현장도 보았다. 그는 차츰 발효 식품과 발효 효소에 눈을 떠갔다. 농업기술원, 평생교육원, 임업진흥원에서 열리는 교육마다 찾아다녔다. 그의 동료는 50대나 60대, 그 속에서 상우씨는 각종 약초와 식품 관련 자격증 8개를 땄다.
상우씨가 농사 지은 지도 5년째, 자기 소유의 땅은 없었다. 집 옆에 딸린 텃밭이 전부였다. 동네 사람들은 떡집 손주가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보고 "여기 농사지을래?" 하면서 땅을 맡겨왔다. 상우씨는 군산시 회현면 일대 20여 군데의 땅에 농사짓게 됐다. 그는 씨가 발아해서 싹이 나고, 대공이 올라오고, 알이 맺히는 모습에 매료됐다. 보기만 해도 좋았다.
"상우야, 이거 한 번 해보자!"어느 날 충남 공주에서 와송을 보고 온 아버지가 말했다. 마침 맞게 약용 식물에 관심을 쏟고 있던 상우씨는 흔쾌하게 따랐다. 처음에는 땅 1백 평에 와송을 심기로 했다. 친척한테서 6백만 원을 빌려 종자 만 개를 사왔다. 첫해 농사에서는 심은 와송 중 50%만 살려도 성공이라고 본단다. 상우씨는 그 중 90%를 살려서 2천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