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연씨와 어머니 강현숙씨승연씨는 스물네 살 때 "큰딸이 막 나가는 걸 보여주겠어" 하면서 어머니한테 반항한 적 있다. 지금은 승연씨와 동생 셋을 잘 키워준 어머니가 완전 고맙다.
매거진군산 진정석
승연씨는 어머니를 원망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내 돈까지 썼을까?'란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큰딸이 막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머니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 오후 6시에 퇴근할 수 있다는 건설회사로 이직했다. 야간대학 유아교육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어머니한테 말했다.
"나는 엄마 손을 빌리지 않고 다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까 엄마도 내 의견을 존중해 줘."
스물다섯 살부터 3년간, 승연씨는 회사 퇴근하고 공부하러 서해대학에 갔다. 틈틈이 리포트를 쓰고, 실습을 나갔다. 군산의 젊은 마술사들이 하는 마술 콘서트에서 보조하는 미인 역할도 했다.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공연 앞두고는 새벽까지 연습했다. 총 4회의 마술공연, 그녀는 더 알고 싶었다. 공부해서 마술 자격증을 땄다.
스물여덟 살에 승연씨는 유치원 교사가 됐다. 고3 2학기에 웨딩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자동차 정비업소와 건설 회사를 거치며 일했다. 스스로 앞가림 한다는 기쁨도 컸다. 힘든 일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안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좋아했으니까.
"5세반 담임을 맡았어요. 보조교사 없이 18명을 돌봤어요. 아이들이 딴 데 보면, '애들아, 선생님 봐야지이~' 큰소리로 말했어요. 애들은 금방 딴 짓 하잖아요. 그럴 수 있는데 저는 아이들 집중시키는 데 모든 열정을 쏟은 거예요. 3주 만에 성대 결절, 성대 마비, 성대 염증이 왔어요. 병원에서는 쉬라고 하죠. 중간에 그만두기 싫으니까 '1년만 참아보자'고 했죠."어느 날, 승연씨는 퇴근하려고 차에 타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8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월급은 가장 많을 때가 120만 원이었다. 유치원에서는 15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승연씨는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보내고 퇴근할 때는 몸과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아이들이 새롭고 예뻤다. 오후에는 또 힘에 부쳤다.
그녀는 유치원에서 1학기까지만 일하고 스스로 실직자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한 달 동안 생각했다. 아이들과 보내는 일은 여전히 좋았다. 다만,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게 힘들었다. 그녀는 유치원마다 돌아다니면서 블록 수업하는 일을 찾아냈다. "채용 계획 있으세요?" 먼저 물었다. 1년마다 재계약하는 강사, 그래도 좋았다.
"지금은 군산시내에 있는 병설 유치원 열 곳을 다녀요. 사람들 많이 만나는 거랑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서 저한테 되게 잘 맞아요. 수업도 너무 재밌어서 저는 끝나고도 아이들이랑 놀아줘요. 유치원 때보다 벌이도 더 괜찮아지고, 시간도 많아졌어요. 낮 12시부터 일해서 오후 4시면 끝나요. 되게 행복하게 일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보고 리포터 해 달라고... 근데 돈은 줄 수가 없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