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는 중국인들. 절 주변이 연기로 가득하다.
김희선
나는 사실 한국에 있었을 때 황사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남들이 아무리 황사 때문에 콜록거려도 기침 한 번 없이 겉옷을 몇 번 털고 "아, 흙이 많이 묻었네"하고 말았다. 하지만 황사의 본거지 중국은 달랐다. 진저우는 발해만에 위치한 해변도시라 가뜩이나 강한 바람이 부는데, 거기에 모래까지 섞여 얼굴을 쉴 새 없이 때린다. 어린 시절 눈싸움을 할 때 최종 무기였던 돌 넣은 눈을 맞은 기분이다.
"진저우(锦州)에서는 1년에 2번 바람이 분다. 6개월씩 두 차례!"진저우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결국 1년 내내 불어온다는 얘기다. 이렇게 바람이 유명한 도시인지라 황사가 오는 3월이면 거의 사막 수준이다. 눈알에 흙 알갱이들이 끊임없이 부딪히기 때문에 눈을 뜨고 다니기 힘들다. 얼굴도 금세 더러워진다. 살다 살다 이런 모래바람은 처음이었다.
3년 전에는 기숙사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온갖 모래바람과 매연이 뒤섞여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근처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었다. 2~3일에 1번 쓰레기를 태웠는데, 언덕 너머로 시커먼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면 일대가 자욱하게 퍼지는 탄내에 점령당했다. 꽁꽁 닫은 창문 틈새로 스멀스멀 들어와 방 전체에 냄새가 배었다.
바람·황사·매연이 삼위일체가 되어 황사의 끝판왕을 만들어 냈다. 소각장은 이후 사람들의 항의 때문인지 몰라도 없어졌다. 덕분에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 단언컨대, 그때의 오염된 공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더러운 쓰레기는 밖에다, 좋은 것은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