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 근처의 한 마을, 2011년누구도 추천한 적 없지만 내게는 최고의 보물 같은 독일의 한 작은 마을
배수경
그래서 그가 그곳을 무려 6일간이나 머무를 예정이라고 했을 때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왜요? 브뤼셀에 볼 것이 뭐가 있다고 그곳을 일주일 가까이 잡으셨어요? 세상에! 그냥 그곳은 1~2일 잡으시고 다른 곳을 좀 더 보시지요?"라며 적극 만류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정말 의상만 특이한 사람이 아니군, 아니 브뤼셀만을 6일이나 잡는 사람이 있다니 '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눈빛을 그가 읽었는지 그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사실 앞으로 패션 쪽에서 일하고 싶어요. 대학은 원래 공대 쪽 전공이었는데 중간에 제가 의류 관련 쪽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걸 깨닫고는 학교는 그만두었어요. 그리고는 이 쪽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브뤼셀은 세계적인 유명 젊은 디자인들이 그 본거지를 삼고 있는, 패션 쪽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둘러보면 좋을 곳이에요. 그래서 제게는 6일도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말하는 그의 이야기는 미처 그의 사정도 모르면서 개인적인 잣대로 모든 걸 평가했다는 걸 그 순간 깨닫게 된, 그래서 창함으로 얼굴 전체가 붉어진 내게 계속 이어졌다.
"브뤼셀에 가서 그 유명한 젊은 작가들의 목소리를 꼼꼼히 살펴보고 저는 그들을 통해 저만의 목소리로 재창조하고 싶어요. 패션은 그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의 것이 한국의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서 그걸로 먹고 살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즉 저의 코드가 그들의 욕구에 부합할지는, 그래서 죽을 때까지 그 길을 갈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될지는 모르기에 불안하죠. 하지만 언젠가 제 옷을 팔고 전시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와서 차를 마시거나 책도 볼 수 있는 종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그 순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명확해졌다. 그것은 바로 "여행은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한 섣부른 잣대를 마구 휘둘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여행객들이 실수하기 쉬운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그 부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