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공항 풍경, 2011 년카타르 공항 풍경
배수경
그들에게 나는 남자에게 대항해서는 안 될 여자. 그들이 바라보기에 분명 별 것 아닌, 남자 아래에 있어야 할 여자였다. 여행을 온 여행 족, 게다가 분명 여자 혼자 온 것 같고, 게다가 아시아인, 이 3 박자가 어울어진 데다가 여자의 몰골이 여행에 지쳐 초췌하다. 그러니 한 번 건드려봐서 넘어오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일이었는데 감히 남자인 나에게 대항을 해 ?
눈을 부릅뜨고 부라리며 "감히 여자가, 어디서?"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 식탁이라도 뒤엎을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야! 나 너희랑 똑같은 사람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너희들, 아까부터 손짓 했을 때 내가 기분 나쁜 표정 지었던거 안 보였어? 그럼 예의를 갖추고 그만했어야지, 어디서 계속 장난질이야 ? 어?!
그랬더니 아주 기가막히다라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무어라 하려고 하길래, 나 역시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태도로 "닥쳐! 조용히 해 ! 라고 소리를 질렀다.
상황이 이쯤되자 겨우 더이상 어떤 짓들을 못하길래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자리로 돌아가기 전 카운터로 가서 그곳 점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이 나의 설명을 듣고는 알겠다고 하길래 내가 '어찌되었건 여기서 소리 질러 소음을 낸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다시 되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있는데 그들이 더 이상 앉아 있기 민망했던지 아니면 차를 다 마셔서인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한번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너희가 오기만 해봐"라는 식으로 노려보았더니 아주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다독거리더니 결국엔 그냥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