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살인사건 개요와 쟁점별 피고인 검찰 입장 대비
김용국
이어서 법원은 살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불과 100m 이내에 사는 동료의 소지품을 불태웠다. 이씨는 박씨가 조씨의 휴대폰, 지갑, 신분증을 태우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는데 박씨는 "옷가지만 태웠다"고 했다. 어쨌거나 이것은 "실종된 후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지 못하고는 할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이다.
둘째,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였던 동료가 사라졌는데도 찾지 않았다. 박씨는 "내가 만들어준 위조여권으로 중국을 간 것으로 알고, 조씨를 찾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씨는 자신의 여권을 두고 위조여권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고 혼자 중국에서 위조여권 판매사업을 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갑작스럽게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동거녀 이씨에게 제안한 지 13일 만에 출국했다. 그 사이 매입한 지 15일된 차량을 다시 팔고, 임대차 계약을 중도해지한 후 보증금을 정산했으며, 보호관찰 중인데도 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떠났다. 그리고 아무일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한 달 뒤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재판부는 이것이 '피해자를 살해하여 불안하니 중국으로 가자고 하여 가게 되었다'는 이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보았다.
법원은 "박씨가 조씨를 굴삭기를 이용해 구덩이에 묻어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없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퍼즐을 맞추듯 사실을 추려낸 법원은 끝내 밝히지 못한 살인 날짜를 '4월 28일경부터 4월 30일경까지'로, 장소를 '용인시 또는 평택시 물류창고'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종자는 어디로...피고인은 알고 있을까 법원은 박씨에 대해 징역 13년 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9명도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했고, 양형의견은 13~15년이었다. 박씨는 "이씨의 진술은 거짓이고, 조씨는 자연사나 자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믿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유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도 처벌만 모면하려는 태도로 일관하였다"며 "자신을 믿고 따르던 친한 후배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고 꾸짖었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박씨는 "사망날짜나 사망장소도 확인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부득이하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며 배척했다.
경찰은 수사 도중 박씨가 조씨의 소지품을 태운 장소에서 담배에 불을 붙여 꽂았다고 밝혔다. 이런 행동이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임을 감안할 때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박씨의 침묵으로 조씨가 실종된 날짜나 매장 장소 등 일부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있음을 아쉬워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박씨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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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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