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차도의 경계(?)오토바이가 통행하고 주차하기 쉽도록 인도와 차도의 턱을 없앤 모습. 거의 대부분의 도로가 이렇게 '배려'돼 있다.
서부원
하노이의 유명 관광지는 충분히 걸어 다닐만한 거리에 대개 모여 있지만, 여간해서는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도조차 주차된 오토바이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예 인도가 차도고, 차도가 인도다. 어디든 빈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오토바이가 합법적으로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되며, 자전거와 인력거를 결합해놓은 '씨클로'가 도시의 구석구석을 활보하고 있는 건, 어쩌면 걸어 다니기 곤란하기에 생긴 그들만의 해법 아닐까 싶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오토바이의 대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지만, 웬만해서는 도로의 '주인'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간선도로를 제외하면 교행조차 어려울 만큼 도로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해서, 도시의 모든 교통 체계가 오토바이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토바이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통행료를 받는 고속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하고, 인도에서도 통행하거나 주차가 가능하도록 차도와의 턱을 없앴다. 건물에 넓은 공간과 승강기만 있다면, 근무하는 사무실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올라갈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복잡한 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장거리가 아니라면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훨씬 이동성과 편의성이 높다.
그럼에도 도심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험천만하게 느껴진다. 여행 전 챙겨 읽은 몇몇 여행 자료집에서는 '쎄옴'이라 불리는 오토바이 택시를 흥정해 타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며 추천하고 있지만, 웬만큼 간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하물며 대여해서 직접 운전한다는 건 현지 법적으로만 가능한 일일 뿐, 적어도 도심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베트남에서는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다. 면허증도 따로 없고, 대여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요금 또한 무척 싸다. 그러다 보니 안전의식이 매우 희박해보이기까지 한다. 이마저도 최근의 일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안전모를 썼다는 것만 빼면, 위험천만한 것 투성이다. 조그만 스쿠터에 네 가족이 '매달린' 채 운행하는가 하면, 그 복잡한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 곡예 하듯 운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괴기스러운' 사고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