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법원 심급별 판결 결과
김용국
현역 야당 국회의원이 주도한 내란음모사건. 2013년 8월 28일 국가정보원은 무시무시한 사건을 발표한다. 2013년에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을 통해 체제전복을 모의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일반 시민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정원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사건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자신감에는 통합진보당 내부인사인 이아무개씨가 2010년부터 국정원 직원과 협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시로 모임 내용을 녹음하여 파일로 전달해 준 '노고'가 작용했다.
검찰은 주도자인 이석기 당시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을 집행한 데 이어 이 의원 등 7명을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을 통해 비밀회합을 하고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는 등 내란을 음모·선동한 혐의로 기소한다.
특히 이 의원은 자신이 총책인 RO 조직원들과의 회합을 통해 전쟁대비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지시하고, 즉각적 동시다발적인 폭동을 수행하기로 모의하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은 2013년 5월 10일과 12일 모임의 녹취록을 제시하며 이것이 내란을 선동하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회합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심(수원지법 제12형사부 재판장 김정운)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거의 그대로 범죄로 인정했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RO의 실체에 대해서 "정예화된 지하혁명조직"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을 인용하여 RO는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목적으로 북한을 추종하고 ▲지휘통솔 체계와 조직보위 체계를 갖툰 혁명가 집단이자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혁명 전위조직이라고 보았다.
내란죄와 내란 예비·음모·선동이란? |
내란죄는 국가 '내부'로부터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이다. 형법(87조)에 따르면 내란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여기서 국토참절이란 대한민국의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영토고권(領土高權)을 배제하려는 행위를 말하며, 국헌문란이란 헌법질서 교란하고, 국가기관을 전복․파괴하거나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하는 것을 뜻한다.
형법에서 예비·음모는 범죄의 준비단계로 아직 실행의 착수가 되지 않았으므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내란 예비·음모는 별도의 처벌 조항이 있다. 내란예비는 내란을 범할 목적으로 하는 외부적으로 준비하는 행위, 내란음모는 2인 이상이 내란을 범할 목적으로 모의하는 것을 뜻한다.
내란 선동이란 불특정·다수인에게 정신적 영향을 주어 선동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결의하게 하거나 이미 가진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행위로 내란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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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RO' 통해 내란선동, 음모...이석기 중형 불가피"1심은 5월 12일 모임의 성격을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폭동을 모의"한 것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국헌문란의 목적 아래 혁명조직 "RO"를 결사하고, 국회·정당·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며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던 중,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전쟁 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있던 2013. 5. 12. 대담하게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무장폭동을 모의하는 중대한 범죄에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RO'의 총책으로서, 조직원들을 상대로 내란을 선동하고, 주도적으로 내란을 음모하였다"며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1심은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겐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쌍방 항소로 사건은 2심(서울고법 제9형사부 재판장 이민걸)으로 갔다. 2심 재판부는 먼저 RO의 실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은 "RO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면서 이 정도 확신이 안 든다면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RO가 존재한다거나 회합 참석자들이 그 구성원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2심은 내란음모도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세부적으로 특정하여 합의할 필요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내란행위의 주요한 부분, 즉 시기, 대상, 수단 및 방법, 실행 또는 준비에 관한 역할분담 등의 윤곽은 특정하여 합의하여야 한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어느 것도 그 윤곽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실제 내란범죄 실행의 외부적 준비행위에 나아갔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아 내란범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된다거나,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내란범죄 실행의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란선동은 유죄라고 보았다. 2심은 이 의원 등의 발언 내용이 "폭동을 선동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 등은 "발언은 정당의 정세강연회에서 한 것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내용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는 지적을 했다.
일부 무죄가 나왔지만 2심에서도 중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재판부는 "비록 내란음모죄가 성립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들이 선동한 대로 진행되었다면 극심한 사회 혼란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고 우려하면서 중형을 유지했다. 이 의원은 1심(징역 12년)보다 3년 깎인 징역 9년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내란선동 인정되나 RO와 내란 음모는 증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