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이영광
- 어느덧 <뉴스타파>가 3년을 맞았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뉴스타파> 첫 아이템을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소 문제와 위키리크스 등으로 잡고 제작진들이 밤낮으로 취재, 편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됐군요. 지난 3년은 <뉴스타파>가 독립 탐사보도 전문 매체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또 시민의 자발적 후원이라는 모델을 통해 재정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던 시기였죠.
한국 언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언론이 '기레기'라고 불릴 정도로 신뢰를 잃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시민이 포기하지 않고 바른 언론을 만들자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고,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 첫 보도 방송을 어떻게 기억하세요?"<뉴스타파>는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차원의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 언론 탄압이 본격화되면서 언론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4대강 문제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주류 매체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노조가 직접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이런 이슈들을 보도하자고 한 거죠. 일단 취재와 제작을 담당할 인력이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 MBC, YTN, KBS 등에서 해직 또는 정직된 기자, PD들이 많이 생겨났죠. 그래서 이분들이 주요 제작진으로 참여하게 됐고, 자연히 '방송 보도 형태'의 제작물을 만들어 인터넷 상에 배포하게 됐어요.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했는데 2011년 1월 27일 첫 보도가 유튜브 조회 수만 100만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어요. 사실 저희도 전혀 예기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이라 놀랐어요. 당시 그 정도 조회 수를 시청률로 따지면 종편 뉴스 시청률 다 합친 것보다 높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가정용 중고 비디오 카메라와 편집용 노트북으로 제작한 것치곤 엄청난 결과였죠. 디지털 기술과 SNS 환경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 3년간의 성과와 아쉬움을 짚어주신다면."제 경우엔 KBS에서 26년 정도 기자로 일하다 나왔지만, 정말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로지 상식과 저널리즘의 가치만을 기준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조건에서 일한 시기는 <뉴스타파>에서의 지난 3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환경을 <뉴스타파>가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우선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해외에서도 <뉴스타파>가 어떻게 수만 명의 풀뿌리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는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제탐사보도총회 등에 가면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더군요. 매우 뿌듯했습니다. 이런 관심들을 바탕으로 <뉴스타파>가 국제적 교류를 확대해 세계 각국의 비영리 탐사 매체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움도 적지 않아요. 여전히 우리 언론 환경은 권력과 자본에 장악된 주류 매체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런 구도를 깰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죠. 조세피난처 보도나 세월호 참사 보도로 인지도가 올라가기는 했지만, 아직 많은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지지는 않았고요. 저희들의 생산물을 보다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뉴스타파>는 케이블 RTV로도 나가지만, 여전히 확장성이 낮아 보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세요?"신생 언론, 소규모 언론, 대안 언론의 한계로 제일 많이 지적되는 것이 확장성이죠. 저희도 어떻게 하면 <뉴스타파>의 생산물을 보다 많은 사람이 보게 할 수 있을지가 큰 고민이자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저희들은 확장성을 조회 수만으로만 따질 일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확장성은 좀 넓게 해석하면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수용자에게 얼마나 많이 전달되는가'에 관한 부분인데 이건 직접적 조회 수만 가지고는 판단하기 힘들죠.
예를 들어 <뉴스타파>가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 보도한 '원전 묵시록 시리즈 ' 중 한수원 내부 전산망의 보안이 뚫렸다고 폭로한 바 있는데, 사실 그 뉴스 꼭지는 유튜브 조회 수가 4천 건 정도밖에 안 됐지만 그걸 누가 보느냐, 또 다른 대중 매체들이 그 내용을 어떻게 인용해서 2차 확산을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핵발전소 전산망의 ID와 비밀번호가 공공연히 외부에 공유됐다는 <뉴스타파> 보도가 나가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바로 진상 조사단을 꾸려 현지에 내려갔고, <뉴스타파> 보도가 다 사실로 확인된 후 한수원은 핵발전소장을 직위 해제했죠.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실이 이후 파장을 일으키면서 원전 보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건 조회 수만 가지고 확장성이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저희들은 어떤 아이템의 직접적 조회 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정성 측면에서는 자체 플랫폼이 한계가 있는 만큼 타 매체가 인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2차, 3차 계속 파급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이 보다 편하게 <뉴스타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뉴스타파>는 지난해 초 회원 3만 명을 넘었지만, 현재 3만 5천 명 정도로 약간 정체하고 있는 느낌인데 원인을 무엇으로 보세요?"<뉴스타파>의 회원 증가 패턴을 보면 좋은 보도들이 나갈 때는 독자, 시청자의 관심도가 높아져 후원 회원이 급증하는 계단식 상승 형태를 보여왔어요. 지난해 하반기는 좀 주춤했는데 지난해 연말부터 다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후원 시민이 늘어난다는 것은 재정 모델의 튼튼함,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시민이 언론에 직접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정파와 진영 논리에 휘둘릴 때, 언론 제 역할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