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수와 상영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정민
다양성 영화, 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의 제작 환경과 투자 규모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분류된다. 타이틀은 다양하지만 결국 영화관에서 쉽게 찾아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을 맡은 작품이다.
작년 한 해, 작은 영화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우아한 거짓말><한공주><도희야>는 CJ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그만큼 홍보도 잘 되었고, 상영관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규모 자본과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했던 <그랜드부다 페스트 호텔> 뒤에도 20세기폭스코리아가 버티고 있었다.
정치적, 사회 고발적 영화도 유명 배우와 감독이 제작을 맡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상영관이 결정된다.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 임순례 감독, 박해일 주연의 <제보자>는 관심을 받지만, 삼성 노동자 문제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 기독교의 허상을 밝힌 <쿼바디스>처럼 대부분의 사회 고발적 영화는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언론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개봉작들과 비교해서 높은 좌석점유율과 예매율을 보였지만, 스크린수와 상영 횟수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결국 영화를 극장에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한 채, 흥행 실패를 이유로 리틀빅픽처스의 엄용훈 대표가 사임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두개의 문>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수색 구조에는 실제로 투입하지도 못했지만 보수 언론들의 뭇매를 맞았던 '다이빙 벨'과 세월호 참사 현장을 담은 영화 <다이빙 벨>도 그렇다. 부산시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다이빙벨>의 상영 취소를 요구했다.
시장 경제 원칙이라는 명목으로, 국내 영화의 생존을 지켜주었던 스크린 쿼터를 폐지하자는 정부. 자신들의 영화로 가득 채운 상영관을 통해 어떤 작품이든 흥행작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극장들의 눈치 보기다.
영화를 만들어도 상영할 곳이 없고, 관객들의 작품 선택 폭은 극단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크린 쿼터 사수와 작은 영화의 상영관 확보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다. 분명한 건 극장은 영화를 보는 곳이지, 눈치를 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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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보다 무서운 극장의 '눈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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