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SBS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MB의 시대와 현 정권을 거치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를 담아내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다. 정치와 사회 문제는 물론 종교적인 이야기까지 그들의 소재는 다양하다. 특히 '세월호' 편은 큰 사회적인 이슈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 취재를 통해 운영선사 청해진해운의 책임, 그리고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리고 진도VTS 간의 교신 내용에 관한 편집과 삭제 등 조작 의혹을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곧바로 해경은 법적인 대응을 준비했고, 방송사에는 재방송과 후속편 제작에 대한 윗선의 압력이 내려왔다고 한다.
"이번 주 방송을 앞두고, 의견을 구하던 학자들이 하나 둘씩 인터뷰 약속을 취소해 버렸다. 그리고는 점점 섭외가 힘들어지더니, 끝내 불가능해져 버렸다. 사고를 분석해줄 전문가들이 침묵하기 시작했다."배정훈 PD가 지난 2014년 4월 23일, 본인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SBS스페셜>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정훈 PD는 참 뛰어난 연출이자 좋은 선배다. 틀린 것은 틀리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상식이 상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궁금한 이야기 Y> '냉동 시신과 천사 아버지' 편과 <그것이 알고 싶다> '형제 복지원' 편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일반적인 아이템의 구성과 섭외도 쉽지 않지만, '세월호' 편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비단 <그것이 알고 싶다>뿐만 아니라, 세월호 이야기를 담으려는 언론들은 여러가지 손해를 감수하고, 눈치를 살펴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 괴벨스의 입은 되지 말자예술가를 꿈꾸는 28살의 청년 괴벨스를 괴물로 만든 히틀러. 괴벨스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히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청년은 99가지의 거짓과 1개의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고 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엔 믿게 된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중들의 증오를 활용해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에 앞장선다. 괴벨스가 굳게 믿은 대중들의 감정은 '증오'였다. 대중들의 증오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승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만이 남게 된다. 예술가를 꿈꿨던 청년의 이야기는 잠시 세상을 변화시켰지만, 진실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진실이 없는 이야기의 끝은 분명하다. 한계가 있다. 세월호 참사에 모든 국민들이 좌절하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직접 나서서 투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부정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탄압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상식적인 언론 보도의 '프레임'이 통하고 있다. 천안함에는 '북한'을, 세월호에는 '유병언'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온 그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은 믿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람들의 죽음과 사고 원인은 프레임 뒤에 묻힌다.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의심을 의심하는 순간, 거짓은 진실이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은 유병언의 이야기를 쏟아냈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되자 그의 아들과 수행원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 보도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피로감과 유가족들의 문제를 매일 각인 시킨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와 언론에서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언론의 힘은 위대하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정치와 권력은 언론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다. 언론이 정치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던 괴벨스는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
그의 말이 달콤하고 설득력 있게 들릴지 몰라도, 진실이 없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 언론! 우리 밑바닥에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괴벨스의 입은 되지 말자. 그것은 모두를 죽이는 일이다.
"소신껏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무엇인가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사람들. 투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우린, 지금 모두가 신뢰를 잃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 배정훈 PD, 2014년 4월 23일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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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의 마지막 자존심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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