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 유재석
SBS <동물농장>제작진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동물농장>은 전 연령대의 시청자가 좋아하는 SBS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재미와 감동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호소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기도 한다.
"아, <1박2일> 때문에 짜증 나."
"<1박2일>요?"
"시청률 다 뺏어가네."
"<1박 2일>은 저녁에 하잖아요."시청률을 뺏어간다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1>은 본방송이 아닌, 재방송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2007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1박2일>은 그만큼 일요일 저녁 예능프로그램의 절대 강자였다. <1박2일>이 무너뜨린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수십 편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9시 뉴스>의 시청률이 각 방송사의 보도 자존심이라면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버라이어티는 예능의 자존심이다.
<1박2일>은 2008년 방송한 '강화도 교동도' 편이 평균 시청률 43.3%, 순간 최고 시청률 50%에 가까운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평균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의 왕좌를 굳건하게 지켰다. 그리고 이경규의 부활을 알린 <남자의 자격>이 더해진 KBS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몇 년간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킨 KBS <해피선데이>에 위기가 찾아왔다. 출연자와 제작진이 바뀌면서 시청률이 하락했고, 대중의 관심도 점점 줄어들었다. 초반은 유재석을 앞세운 SBS <런닝맨>이 주목을 받더니, 이내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KBS가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다. 한 마디로 예능 춘추전국시대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방송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유재석을 프로그램 MC로 섭외한다고 해서 시청률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그는 굳건히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진행자다. 프로그램이 넘치고 넘쳐나는 요즘이다. 그는 단순히 스스로 잘 하는 것을 넘어, 다른 출연자들까지 챙기느라 바쁘다. 본인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시청률의 압박을 유재석다운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 속, 방송사의 지속적인 확대 편성과 변칙 방송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편성표에 존재하는 방송 시간이 달라지면서 방송사와 시청자들의 약속도 깨진 것이다. 프로그램 시청률에 따라 광고의 수익구조가 달라지는 방송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유재석이 진행하던 MBC <놀러와>가 폐지됐다. 그리고 새롭게 맡은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던 KBS2 <나는 남자다>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요즘, 유재석의 위기론이 들려온다. 시청자의 높은 기대만큼 사건 사고도 많았던 MBC <무한도전>, 시청률이 예전처럼 높지 않은 <런닝맨>과 <해피투게더>. 정말 1인자 유재석의 위기가 온 것일까?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이 당장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다며 비장함을 보이기도 했다.
연말 시상식이 다가온다. 각 방송사의 가장 큰 고민은 유재석에게 연예 대상을 주느냐, 마느냐다. 유재석에게 대상을 주면 뻔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주면 여기저기서 아쉬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유재석이 지니는 상징성은 절대적이다. 그동안 그가 쌓아온 성과와 대중들의 믿음은 견고하다.
오랫동안 유재석과 호흡을 맞췄던 S피디에게 물었다. 카메라 안의 유재석은 그 자체로 완벽한데, 카메라를 벗어난 유재석은 어떤 사람이냐고.
"귀찮지! 방송 끝나면 전화 오고, 촬영 끝나면 걱정하고, 아이템 회의까지 같이 하고.""귀찮다"는 대답과는 달리 그의 이야기에는 유재석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묻어났다. "위기는 자신이 위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한테 오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얼마 전, 방송에서 유재석이 위기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와 똑같은 대답이었다. 유재석도 시청률과 편성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하나, 위기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까지 그의 노력과 열정이 너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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