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종면 기자와 쌍용차 근로자의 눈물
유성호
최근 YTN 일부 기자들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해직 언론인 중 일부만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 6년을 포기할지언정 내 기자생활 22년은 절대로 내 스스로 부정하지는 않을 겁니다."조승호 기자가 과거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가 가슴에 맺힌다. 판결 후 씁쓸한 표정을 짓는 조승호 기자와 현덕수 기자. 항상 차분하고 냉정함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에 눈물을 보인 노종면 기자 모두 여전히 살아있는 언론인임에 분명하다.
황우석 신드롬의 허상과 진실을 파헤친 영화 <제보자>의 이성호 팀장(박원상 분)의 실제인물은 최승호 PD이다. MBC의 대표 프로그램인 <경찰청 사람들>과 <PD수첩>을 만든 그는 현재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앵커를 맡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파헤치고, 2012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빌미로 박성제 기자 등과 함께 해임되었다. 김재철 역시 해임됐지만 여전히 불통인 MBC는 '해고 무효' 판결마저 거스르며 편법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시사 교양국이야말로 MBC가 공영방송이란 것을 상징한다. 김재철 사장 때 시사는 시사대로, 교양은 교양대로 찢어졌다. 시사 교양국이 없어지면 공영방송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 최승호 PD이 외에도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최근 YTN 복직 판결을 받은 정유신, 권석재 기자 등 수많은 해직 언론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삼성X파일'로 유명한 이상호 기자는 다큐 영화 <다이빙 벨>을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의문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MBC의 간판이었던 손석희 아나운서는 종편 채널인 JTBC의 보도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JTBC 뉴스룸>의 진행을 맡고 있다.
대안언론 대신 언론 교육을 선택한 대표적인 인물이 김진혁 PD다. 그는 EBS 최고 히트 상품인 <지식채널e>의 연출자다. 5분 분량의 프로그램으로 방송국 전체의 이미지를 바꾼 그는 '재미'와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비상식적인 사회 문제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의 시선은 광우병 이야기를 다룬 '17년 후' 편이나 <시사저널> 파업에 대한 내용을 다룬 '기자'편에서 잘 드러난다. 지독한 불통의 시대, 김진혁은 EBS PD에서 결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되었다.
"파업은 단지 월급 몇 푼을 올려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자로서 편집권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보같이... 이 말을 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지금은 <시사iN>에서 근무하는 고재열 기자가 <시사저널> 파업 당시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의 우승 소감은 당시 방영되지 못했다. 김진혁 PD가 <지식채널e>에서 <시사저널> 파업 사태를 다루며 이 멘트가 다시 소개됐다. 어쩌면 당시 고재열 기자의 마음이 지금 김진혁 PD의 마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제작진의 이동은 교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각 방송사들의 대표 예능 PD들도 자리를 옮긴 지 오래다. CJ E&M과 JTBC 등 케이블, 종편 방송사는 기존 방송 3사의 제작진을 스카우트 한다. 당연히 인력이 부족해진 MBC는 새로운 경력직 PD를 선발하고, SBS는 반대로 케이블, 종편 방송사의 조연출들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공영방송인 KBS는 제작진의 이동에 대해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디 몇 명 옮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PD 몇 명이 방송사를 옮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까? 크게 달라진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말이다. PD의 이동은 함께 일했던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이동을 뜻하기도 한다. 단순히 사람 몇 명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아이디어까지 옮겨가는 것이다.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아이템 선정 과정과 제작 환경 속에서, PD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콘텐츠와 아이디어는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CJ E&M의 이명한 본부장을 시작으로 <개그 콘서트> 김석현 PD,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 <1박 2일> 나영석 PD가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tvN에서 <코미디 빅리그>, <응답하라1994>, <꽃보다 할배>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했다. 기존의 방식을 벗어난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로 히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케이블 채널의 이미지까지 바꿔 놓았다.
JTB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과 <황금어장>을 기획한 여운혁 PD는 JTBC로 방송사를 옮기고, MBC에서 함께 넘어온 성치경, 방영현 PD와 함께 <유자식 상팔자>, <썰전>, <마녀 사냥>등의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 신동엽, 이경규와 같은 톱 진행자들이 종편과 케이블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면서, 지상파를 고집했던 다른 연기자들의 출연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젠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 피디가 자리를 옮길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앞서 MB의 시대는 방송국 아이템 천국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을 시작으로 인권, 복지, 사회 문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 정권 역시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아이템 천국이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 탓에 프로그램의 소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아이템 지옥의 시대, 그런 시대는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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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MBC... 누가 <무한도전> 김태호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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