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최경환 경제 부총리
유성호
일본의 '소비세'는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 항목이다. 물가 폭등 등으로 서민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기업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우리나라의 '법인세' 인상과 동일시해 설명한 것이다. 아전인수의 전형이다. 또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의 부가가치세 인상 주장에 '좋은 이야기'라며 맞장구를 쳐온 경제 부총리가 일본의 소비세 인상만 꼬집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안 된다. 법인세를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다.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게 저의 소신이다."법인세 인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소신'까지 언급하며 반대했다. 지난 2013년 9월 16일 여야 대표와 3자 회담에서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 검토를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MB 정부 때 고소득층 감세는 없었으며,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기조는 박근혜 정부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고스란히 유지돼 왔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법인세를 증세하면 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증세 논의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 여당 대표까지 적극 반대 의사를 천명한 법인세 인상. 반대 명분은 한결같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더 어렵게 만들어 경제 회생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으로 서민이 가장 큰 피해를 겪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는 용도 폐기된 낙수 효과(대기업과 부유층이 잘 살아야 모든 국민이 소득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에 기댄 억측에 불과하다. 오히려 낙수 효과를 빌미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온갖 특혜를 쏟아 부은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경제 정책이었다. 조세 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30대 대기업 법인세 감면 총액 4조여 원... 이명박 정권보다 많다지난 이명박 정권 때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없었다는 박근혜 정권의 주장은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하더라도 금방 밝혀질 거짓이다. 먼저 2007년까지 법인세율을 보자. 이때는 과세표준 1억 이하 기업은 세율 13%, 1억 초과는 25%를 적용했다. 이를 2008년에는 과세표준 2억 이하는 세율 11%로, 과세표준 2억 초과에 대해서는 세율 25%와 누진 공제 2800만 원으로 조정했다. 2009년에는 과세표준 2억 초과 세율을 25%에서 22%로 2012년에 다시 20%로 낮췄다. 2007년에 비해 과세표준 2억 이하는 세율이 3%(13%→10%), 2억 초과(200억 미만)는 세율이 5%(25%→20%)씩 낮아졌다.
이마저도 과세의 기준일 뿐 실제 낸 세금은 이보다 훨씬 낮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0월 17일 내놓은 국감 보도자료를 보면 그 실태가 잘 드러난다. 30대 대기업이 2013년 낸 실효세율은 15.0%(잠정치)에 불과해 기준 세율 22%는 물론 최저한 세율(기업들이 각종 비과세, 감면, 공제 등을 통해 세금이 깎이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 17%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30대 대기업의 법인세 공제 감면 총액도 4조 3100억으로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2년 3조 565억 감면액과 비교하더라도 1조 원 이상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