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아이고, 여기도 있네유." 김종술 기자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공주보 300~400m 상류에서 큰빗이끼벌레를 건졌다. 길이가 40cm정도 되는 녀석도 있고, 수초에 붙어서 막 자라기 시작한 손톱만한 녀석도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지름 10~20cm 크기로 자란다고 한다. 김 기자가 물컹 하는 괴물 같은 그 녀석을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니 젤라틴 성분의 속살이 튀어 나왔다. 두 동강 난 녀석을 한 위원장과 기자에게 내밀며 한마디 했다.
"냄새 한 번 맡아 보실래유? "어이쿠~"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김 기자는 이걸 먹기까지 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지난 6월 20일, 금강에 나와 취재를 하던 그는 이상한 생물체를 발견했다.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괴물 같은 녀석들. 4대강 사업으로 물을 가두어서 생긴 부작용일까?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 이 생명체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지만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정체를 알기 전에 기사를 쓸 수 없었다. 독자들에게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했다.
큰빗이끼벌레 한 점 떼어내 꿀꺽 징그러운 그 놈을 팔뚝에 문질렀다. 반응이 없었다. 결국 사람 몸에 해로우면 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생체실험을 했다. 눈을 꽉 감고 보기만 해도 징글징글한 그 녀석을 한 점 떼어내 꿀꺽 삼켰다. 증상은 3시간 뒤에 나타났다. 머리가 아프고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그는 큰빗이끼벌레의 출현 사실을 온몸으로 알렸다. 발로 쓴 기사라기보다는 '온몸으로 쓴 기사'였다.
그가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금강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는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떠들썩했다. 심지어 2m30cm나 되는 큰빗이끼벌레도 발견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포털에 올라온 언론사 기사는 1000여 건에 달했다. 많은 언론사가 그의 특종을 받아썼고 금강으로 몰려왔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했다. 특종은 기자로서 영예이지만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알린 그에게 언어폭력이 가해졌다. 기사 댓글을 통해서, 심지어 직접 전화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XX! 왜 그걸 먹어? 네가 기자냐?" 한 수구 신문사 기자들은 김 기자처럼 큰빗이끼벌레를 먹어보았단다. 얼마나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언론사는 대문짝만하게 쓴 기사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체와 수질에는 무해하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수질을 오염시키지는 않는다'는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뒤로는 대책반을 만들어 큰빗이끼벌레를 수거했다. 수문을 열면 물결이 일고 큰빗이끼벌레는 하류로 쓸려가거나 스스로 해체되는데, 굳이 4대강 수문을 틀어 잠근 채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서 학살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만든 4대강 사업에 흠집이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