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바로 아래의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무더기해고 규탄 현수막겹겹의 사연을 지닌 촉석루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기와로 된 지붕을 가진, 수십채의 건물들이 있고 그 중에서도 비교적 커다란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보인다.
홍명교
진주는 노동자가 살기 어려운 도시, '폐업'의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하는 걸까? 공공의료를 파괴하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해결이 난국에 빠진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됐다. 또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맞은 내화연화연료 생산업체 아세아세라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100일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폐업까지.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진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해온 젊고, 평범한 노동자들이 민영화나 삼성 무노조 정책 등 권력과 자본의 탐욕에 의한 구조조정들에 의해 자신의 생존권을 빼앗기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사측은 10월 6일 일방적으로 센터 문을 닫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적자였지만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조합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삼성전자 서비스 측은 자신이 아닌 하청업체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리하여 진주센터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30여 년을 근무한 80여 명의 수리기사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렸다. 이날 이후 진주성 북측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앞에선 매일 집회가 열리고 시내 곳곳에서 시민 선전전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폐업을 '위장폐업'이라 규정하고 해고된 80명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폐업 36일째를 맞은 지난 11일 아침. 하나둘씩 빨간 조끼를 입은 수리기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스물두 살 앳된 얼굴의 휴대폰 수리기사부터 1980년대 중반부터 삼성 마크 달고 삼성전자 제품 고치며 일해온 쉰세 살 외근 수리기사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지난 여름 45일에 걸친 노숙농성 끝에 동료였던 양산센터 수리기사 고 염호석씨의 죽음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기준단협을 쟁취했지만 한동안 센터별 단협을 체결하지 못한 채 일해야 했다. 그러다 결국 폐업까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