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간담회가 끝난 직후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가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씨의 눈물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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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유씨는 "입맛이 없다"며 실종자 가족 식당을 지나쳤다. "밥 한 술이라도 떠야죠"라고 겨우 설득해 식당 앞에 섰다. 마침 식당에 있던 실종자 가족 권오복(권재근씨 형, 권혁규군 큰아버지)씨가 "눈물도, 밥을 먹어야 흘릴 수 있어"라며 유씨를 잡아 끌었다.
식사 후 유씨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위해 진도군청으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이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붙들고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 품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다시 진도실내체육관에 온 유씨는 물리치료실 침대로 향했다. 물리치료사는 "하루 종일 눈이 빨개서 어쩌나"라며 유씨를 위로했다. 유씨는 침대에 누워 남편을 떠올렸다.
"1985년, 처음 만날 때가 아직도 생생해. 안성의 백운다방. 선이지. 요샛말론 미팅. 잊혀지지도 않아. 나는 오렌지색 투피스, 남편은 검정 양복. 남편이 덩치가 크잖아. 그땐 지금보다 더 해서 94kg이었어. 어찌나 땀을 뻘뻘 흘리던지. 오렌지주스를 쪽쪽 빨던 (남편의) 모습이 생각나네. 사고 나기 전, 남편이랑 계획도 많이 세웠었어.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늙으면 실버타운에 들어가 애들한테 짐이 되지 말자'고도 했고(웃음). 시드니도 가고 싶고, 파리도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수중수색은 중단됐지만, 당분간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그대로 머물 예정이다. 이후 인양 실무기구가 구성되면 차차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 유씨는 "남편을 찾지 못한 채 안산에 올라가야 하는 게 걱정"이다.
"아들딸은 공부하려고 서울에 가 따로 살거든. 그 넓은 집에 혼자 있을 생각하면…."11일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일반사회)·고창석(체육) 단원고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51)·권재근(52)씨와 권씨의 아들 권혁규(6)군 등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