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그날 이후진은영 아빠 미안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엄마 미안밤에 학원갈 때 핸드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듯하고 부드럽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아빠 엄마 미안아빠의 지친 머리 위로 비가 눈물처럼 내리게 해서 미안아빠, 자꾸만 바람이 서글픈 속삭임으로 불게 해서 미안엄마, 가을의 모든 빛깔이 다 어울리는 우리 엄마에게 검은 셔츠를 계속 입게 해서 미안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포근한 구름이 있어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서 햇빛이 따듯하게 펄럭이고여기에도 똑같이 주홍 해가 저물어 엄마 아빠가 기억의 두 기둥 사이에 매달아놓은 해먹이 있어그 해먹에 누워 또 한숨을 자고 나면여전히 나는 볼이 통통하고 얌전한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아이제일 큰 슬픔의 대가족들 사이에서도 힘을 내는 씩씩한 엄마 아빠의 아이 아빠, 여기에는 친구들도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어 "쌍꺼풀 없이 고요하게 둥그레지는 눈매가 넌 참 예뻐""너는 어쩌면 그리 목소리가 곱니, 어쩌면 생머리가 물 위의 별빛처럼 그리 빛나니"아빠! 엄마! 벚꽃 지는 벤치에 앉아 내가 친구들과 부르던 노래 기억나?나는 기타를 잘 치는 소년과 노래를 잘 부르는 소녀들과 있어 음악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털을 가진 고양이들과 있어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밤길 마중과 내 분홍색 손거울과 함께 있어 거울에 담긴 열일곱 살, 맑은 내 얼굴과 함께, 여기 사이좋게 있어 아빠, 내가 애들과 노느라 꿈속에 자주 못가도 슬퍼하지마아빠, 새벽 세 시에 안 자고 일어나 내 사진 자꾸 보지마 아빠, 내가 여기 친구들이 더 좋아져도 삐치지마 엄마, 아빠 삐치면 나 대신 꼭 안아줘하은언니, 엄마 슬퍼하면 나 대신 꼭 안아줘성은아, 언니 슬퍼하면 네가 좋아하는 레모네이드를 타줘지은아, 성은이가 슬퍼하면 나 대신 노래 불러줘 아빠, 지은이가 슬퍼하면 나 대신 두둥실 업어줘이모, 엄마 아빠의 지친 어깨를 꼭 감싸줘친구들아, 우리 가족의 눈물을 닦아줘 나의 쌍둥이 하은언니 고마워 나와 함께 손잡고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나는 여기서, 언니는 거기서 엄마 아빠 동생들을 지키자나는 언니가 행복한 시간만큼 똑같이 행복하고나는 언니가 사랑받는 시간만큼 똑같이 사랑받게 될 거야, 그니까 언니 알지?아빠 아빠 나는 슬픔의 큰 홍수 뒤에 뜨는 무지개같은 아이하늘에서 제일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로 만들어줘 고마워 엄마 엄마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진실을 밝히는 노래를 함께 불러줘 고마워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유예은은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입니다. 지난 10월 15일, 이명수·정혜신 선생님이 계신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에 예은이 부모님과 자매들,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아이의 열일곱번째 생일 모임을 했습니다. 그날은 쌍둥이 언니 하은이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생일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예은이를 대신해 진은영 시인이 예은이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오는 15일 오후 1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모이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덮고, 잊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세월호는 무엇이었냐는 질문으로,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창작과 기억의 도구로 사용하는 각종 연장들은 어떠해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모입니다. 304개의 빈 의자와 책상이 놓일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무엇을 잃어버렸고, 잃어가고 있는지 함께 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글: 송경동)<세월호, 연장전> 문화예술인 선언 소셜펀치 페이지 큰사진보기 ▲세월호 연장전 웹포스터세월호 연장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세월호 참사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 #유예은 추천35 댓글1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87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진은영·송경동 (news) 내방 구독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이 기자의 최신기사 'F 학점' 받은 국가교육위원회 구독하기 연재 '세월호' 침몰사고 다음글1254화"뼈라도 찾고 싶지만... 잠수사 다치는 건 막아야지" 현재글1253화"엄마·아빠 미안...우리 가족 눈물 좀 닦아줘" 이전글1252화"아들에게 다가섰다가 무서워 뒷걸음 쳤습니다" 추천 연재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엄마·아빠 미안...우리 가족 눈물 좀 닦아줘"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255화농성장 철거? "새끼 잃은 부모는 두려울 게 없다" 1254화"뼈라도 찾고 싶지만... 잠수사 다치는 건 막아야지" 1253화"엄마·아빠 미안...우리 가족 눈물 좀 닦아줘" 1252화"아들에게 다가섰다가 무서워 뒷걸음 쳤습니다" 1251화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사형에 반대한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