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남소연
연로한 '기춘 대원군'(75)께서 이제는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를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그가 '여왕'처럼 받들어 모시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 국회에서 결정적 말실수로 대통령의 '밀회설'을 초래하더니, 급기야 국회 위증 논란까지 불러왔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의 불씨를 피운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 본인이다. 7월 7일 국회 운영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모른다"고 잡아뗀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나중에 "대통령께선 당일 외부행사가 없으셨기 때문에 줄곧 경내에 계시면서 집무하고 계셨고, 다만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경호상 밝힐 수가 없어서 (모른다고)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조선일보>의 '김기춘 비토'와 <산케이>의 '밀회설'<조선일보>(7월 18일자)는 '최보식 칼럼'에서 "(그의 잘못된 답변 탓에) 세간에는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면서 "때마침 풍문 속 인물인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런 풍문 소개는 글의 전개를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이 칼럼은 "국가 혁신을 하려면 대통령 본인과 주변 인물의 혁신부터 먼저 해내야 한다"면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구(舊)시대의 심벌 같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끌어안고 있다. 그의 충성심과 비서실 안정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이 그대로 있는데 '혁신'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일본의 극우언론 <산케이신문>(8월 3일자)은 '최보식 칼럼'을 윤색해 본말을 전도했다. 이 신문은 '최보식 칼럼'을 일일이 인용하며 대통령을 둘러싼 소문을 이렇게 소개했다.
"증권가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것은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상대는 대통령의 모체인 새누리당의 측근으로 당시는 유부남이었다고 한다." 이 신문은 "박 정권의 레임덕화(化)는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기사의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과거 비서실장이었던 유부남과의 밀회설을 소개했을 뿐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00자 원고지 21장 분량인 이 기사의 절반은 국회 운영위에서의 공방이고, 나머지 절반은 '최보식 칼럼'을 인용한 것이다. 이걸 일종의 패스티시(혼성모방)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기사라고 하기에는 함량 미달이다. 유부남과의 밀회설을 소개하기 위해 레임덕 결론을 붙인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청와대는 밀회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기사를 쓴 산케이 특파원에게 명예훼손이라는 재갈을 물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요신문>(8월 13일 온라인판)이 "전지현 'S라인' 만든 스타 트레이너, 청와대 부속실 근무 중" 기사에서 윤전추 행정관(여, 34)이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대통령의 건강 및 몸매 관리를 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래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일정과 수행을,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의 일정과 수행을 맡아왔다. 그런데 독신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자 제2부속실 무용론이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 제2부속실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여러 매체의 후속보도가 계속되자 청와대는 "대통령 외부 일정시 옷 갈아입기 등 남성 수행비서들이 돕기 어려운 일들을 담당하는 여성 수행비서로 발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궁색한 거짓 증언그러나 10월 28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을 계기로 청와대가 대통령집무실이 있는 본관 등에 사용하기 위해 2013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억 2000만 원 상당의 헬스장비를 구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몸매 관리 트레이너 의혹은 자연스레 '7시간 의혹'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세월호가 침몰한 시각에 몸매 관리 트레이닝을 하느라 대면보고를 못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야당의 공세에 맞서 청와대 서면답변을 근거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19회 보고받고 7회 지시'했는데,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방어막을 쳤다. 그러면서 슬쩍 "이제 다 지나간 일인데 지금은 (대통령의 위치를) 공개할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노회한 김기춘 실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대통령께서 집무하고 계시는 청와대는 비교적 제한된 구역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위성에서도 내려다보고 심지어 적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다니면서 촬영을 하고 이렇게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의 위치를, 비록 지나간 일이든 현재든 앞으로든 정확한 특정 시간의 어느 위치를 말씀드린다는 것은 장차 경호상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특정한 위치를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정부에서도 그렇게 해 왔습니다."이 말은 거짓말에 가깝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외부 행사는 대외비지만, 적어도 청와대 경내의 공개 행사는 외부로 시간과 장소가 공지되었다. 지금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통령의 청와대 경내 동선이 일부 드러나 있다. 또 '청와내 안내' 메뉴에서 '청와대 내부'를 클릭하면, 청와대 약사와 함께 본관, 영빈관, 대통령관저, 수궁터, 상춘재, 녹지원, 비서실(위민관) 등 경내의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는 본관과 두 개 부속건물의 대통령 집무공간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2층에 있습니다. 본관에는 기능별로 몇 개의 방과 회의실이 마련돼 있는데, 그 중 집현실에서는 대통령이 고위 참모진과 회의를 하거나 때로는 외국 국가원수들과 정상회담을 열기도 합니다. 이밖에 인왕실, 리셉션 만찬장, 그리고 소규모 모임을 위한 식당이 있습니다. 충무실은 정상회담이나 외국 귀빈들을 위한 공식 만찬이 있었던 후 열리는 언론브리핑에 사용됩니다.본관 앞 대정원 본관 앞 확 트인 넓은 잔디밭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야외 행사장으로 사용됩니다. 대정원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는 국빈을 위한 공식 환영식입니다. 대통령과 외국 국가원수는 육군, 공군, 해군과 해병대 의장대를 사열합니다.""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도 대통령 안위와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