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나들길 2코스인 '호국돈대길'을 걷는 길벗들.
문희일
강화대교 건너 있는 갑곶돈대에서 광성보까지 두어 시간 동안 쉬엄쉬엄 걸어왔다. 해안의 둑길을 따라 걷는 내내 바다가 우리와 함께했다. 썰물이 들어 물이 빠져나간 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갯벌에서 작은 게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찾다가 발걸음 소리에 놀랐는지 황급히 구멍 속으로 몸을 감춘다. 해안가 둑길의 풀들은 물기를 바짝 말려 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바다는 잔잔하다. 떠다니는 배들도 없으니 누가 바다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호수나 강인 줄 알 것 같다. 이 바다가 한때 치열한 전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멀지도 않은 과거, 140여 년 전에 강화해협은 죽고 죽이는 전쟁터였다.
1866년 8월에 있었던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 격침 사건은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아시아 함대는 '조선 원정대'를 만들어 1871년 6월 1일에 강화도 앞바다에 나타났다. 조선군은 대포를 쏘며 적의 침입에 대항했다. 광성보에서 있었던 조선군과 미군 사이의 포격사건은 열흘 뒤인 6월 10일에 전쟁으로 이어졌다. 강화해협에서 이틀에 걸쳐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으니, 이것이 바로 신미양요다.
1871년(고종 8년) 6월 10일, 미군은 조선원정대에 속한 1230명의 병사들 중 절반 가까이 태우고 초지진 앞바다에 나타났다. 미군의 강화도 상륙작전은 초지진에 대한 치열한 함포사격으로 시작되었다.
전쟁은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함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전이나 현대전이나 예외 없이 포 사격으로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적에게 공포감을 주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