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트할레 9길거리 음식 행사가 있는 날이면 건물 밖으로까지 사람들이 북적인다.
신희완
독일에서는 마이스터와 같은 독특한 전통을 제도와 교육으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그 외의 여러 분야에서도 전통을 잘 지키려 한다. 하지만 도통 그 전통을 찾기 힘든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음식 문화이다.
독일을 찾는 사람들이 여행 내내 독일 전통 음식만 먹겠다고 단언하더라도, 매일같이 지속되는 슈니첼(독일식 돈까스, Schnitzel), 부어스트(독일식 소시지, Wurst), 슈바인스학세(독일식 족발, Schweinshaxe), 자우어 크라우트 (독일식 신김치, Sauerkraut) 등의 몇 안 되는 전통 음식만 먹다보면, 금세 너무나 많은 양과 느끼함 때문에 질리기 마련이다.
물론 지역마다 전통 음식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오래된 전통 음식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위에 열거된 전통 음식 위주로 맛보고 돌아갈 뿐이다.
게다가 베를린은 독일의 다른 도시와도 사뭇 다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독일 패널(다니엘 린데만)이 "베를린은 큰 홍대"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사회문화적 환경은 무척 특이하다. 밤 8시 혹은 밤 10시 이후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일반적인 유럽 도시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베를린은 1년 365일 연중무휴 밤낮으로 쉼 없이 놀고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럽의 도시이다.
거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랍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 터키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중국어, 여러 아프리카어 등 수많은 언어들이 들린다. 인종, 학문 전공, 종교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의미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도시가 현재의 베를린이다.
그래서일까. 베를린의 음식 문화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양성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음식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에 위치한 마크트할레 9(Markthalle IX)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5시~10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바로 전 세계의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푸드 서즈데이(Streetfood Thursday)'다.
이웃 공동체, 만남의 장소로 다시 태어난 '마크트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