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Drachenberg)의 모습
신희완
악마의 산은 예전에는 모험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었던 꼭꼭 숨겨진 장소였다. 이제는 누구나 돈을 내면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간혹 개방 행사가 있을 때 무료 입장을 할 수도 있다.
악마의 산과 도청 시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신선한 모습이지만, 좀 더 시간적 여유를 즐기며 베를린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악마의 산 바로 옆에 위치한 용산(龍山, Drachenberg)이다. 서울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남산타워(정식명: N서울타워)가 있는 남산과 용산구의 관계처럼 서로 가깝게 붙어 있다.
역시나 전쟁 폐기물로 만들어진 언덕인 용산은 철조망도 없고 언제나 개방되어있는 시민 공원의 일부다. 그러나 악마의 산에서는 볼 수 있는 소도시
그뤼네 발트를 용산에서는 온전히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충분히 놀라운 풍경을 선사해주는 장소이기에, 악마의 산 입장료 대신 맥주와 안주를 가득 사들고 용산을 찾아도 분명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근현대 독일의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장소1937년, 악마의 산과 용산이 자리 잡은 이 지역에선 나치 시절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건축가 알버트 슈페어(Albert Speer)가 수립한 세계 수도 게르마니아(Welthauptstadt Germania) 계획에 의해 군사학교의 첫 번째 건물이 건설되고 있었다. 나치 정권 하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군사학교 개발의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첫 건물의 구조 일부만 세운 채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쟁 후 그 구조물은 잔해물 산 아래 함께 파묻혀 버렸다고 전해진다.
나치 정권의 거대한 계획 아래 위대한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장소는 전쟁의 아픔이 담긴 폐기물로 만든 언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언덕은 연합군의 도청기지로 이용 되었고, 통일 이후 부동산 회사에 팔린 채 여러 베를리너들의 비밀스러운 파티장이자 탐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 근현대 독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장소가 됐다.
도심에서는 비교적 멀리 떨어진 숲 속의 언덕에 얽힌 역사조차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 '베를린 소개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도시라는 공간이 수많은 사람, 문화, 역사 그리고 기억 등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존재라는 점이다. 이제부터 베를린이라는 도시 공간 그리고 베를린이라는 특정 장소를 떠나서 '도시'라는 공간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곳인지 그리고 그런 다양함과 복잡함이 도시를 어떻게 흥미롭게 만드는지 소개하려 한다.
* 악마의 산 가이드 투어 관련 웹사이트(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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