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에서 희생자 영정을 든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희훈
한국군은 정전협정 서명에 참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위기 관리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60년 넘게 작전지휘권도 없는 불구자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할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휴전선은 이상이 없고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요. 미군이 우리를 지켜주는데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뭔 자존심이냐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릿고개 넘던 시절, 오직 생존에 급급했던 시대에 갇힌 의식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배가 고프면 자존감이고 뭐고 다 잊어 버리고 그저 비굴해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을 넘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면서 행복과 번영을 추구해야 할 21세기입니다. 거친 국제정세를 격랑을 헤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위대한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반도 안보의 당사자 위치를 박탈 당한 대한민국은 한반도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자격도 박탈 당한 것입니다. 군사주권을 외면하고 주변국의 협력을 도모해 평화와 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절대 불가능'입니다.
안보도 불안합니다. 지난 20년간 남북한 사이의 국지적인 위기는 전시와 평시가 이원화된 불안한 작전지휘체제로 인해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했습니다. 전쟁과 위기에 대한 기초개념조차 없어 우리 내부로부터 불안을 키우고 잉태되는 걸 방치해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습니다. 국민소득 2만 불에 세계 6위권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나라가 이런 치욕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나라에 살고 싶으십니까? 국가 개조의 핵심은 군대 개혁입니다.
원래 작전지휘권 문제는 진보가 아닌 보수의 담론입니다. 적어도 군인이라면 "내 군대는 내가 지휘하겠다"고 나서는 게 정상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군인이 한국 말고 또 있었던가요?
그래서 원래 보수는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국가주의자인데 어쩐 일인지 한국군에서는 이 정신이 해체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지휘권을 포기하고도 지휘관의 권위는 무척 중시합니다. 그래서 막강한 권위로 여군을 성추행하고 병사들을 착취합니다.
그런 건 잘하면서 전략을 연구하고 작전술을 발전 시키는 일은 안합니다. 우리나라 전현직 장군 3000명 중에 국민에게 귀감이 될 전략가가 단 한 명이라도 배출된 적이 있었습니까? 국민들이 떠올릴 기억나는 전략론이나 저서가 있습니까?
우리나라 군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보수가 보수의 언어로 말하지 못하니 국민이 나서야 할 판입니다. 앞으로 시작되는 연재에서 저는 이런 한국 군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려고 합니다. 틈나는 대로 다음 내용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