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문희상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의원이 지난 9월 18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문재인, 정동영, 박병석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 세월호 특별볍 협상에서 야당의 자중지란이 큰 원인 아니었을까요?"세월호 문제를 아주 엉망으로 다뤘습니다. 유가족이 요구한 수사권과 기소권, 그 중 수사권은 새정치연합 법안에도 있었어요. 그것이 핵심인데, 협상 테이블에 아예 올리지도 않았죠. 야당이 자기검열해서 협상 테이블에서 뺀 겁니다. 야당이기를 포기한 겁니다.
얼마 전 한국갤럽 여론조사(10.14~16일 자 조사)에서 우리 국민 55%가 '세월호의 진상(사고 원인과 책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58%가 '세월호 특별법 등 관련 소식들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어요. '관심이 없다' 즉, 세월호 피로감을 말하는 사람은 40%에 불과했죠.
이 40%를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아주 잘 대변하고 있고, 매우 집요하고 끈질기게 지지자들의 요구를 관철 시키고 있죠. 그 40%는 현재 새누리당의 지지율 40%대와 정확히 일치하고, 그 지지기반도 공고해요.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55%와 세월호에 관심있다는 58%의 국민은 누가 대변해야 하나요? 새정치연합이 해야죠. 그런데 이걸 제대로 대변하지 않고 있어요. 이미 세월호를 버린 정당입니다. 그래서 지금 국민이 새정치연합을 버릴 생각을 하는 거예요."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계파 독과점 연합"- 새정치연합 비대위에 비판이 많습니다. 과연 혁신을 하고 있나 하는."현 비대위가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지율을 10%대로 추락시켰습니다. 비상대책이란 무얼 의미하는가. 환골탈태에 가까운 혁신인데, 지난 9월 18일 현 비대위가 뜬 후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뭘 혁신했다는 얘기를 우리 국민들이 들어본 일이 없어요. 비대위가 '계파 극복'이라는 사명으로 출발했는데 특정 계파의 독과점 연합체가 됐습니다. 비대위 자체가 혁신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죠. 이게 진짜 위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계파 문제도 크지만, 야성을 잃은 것도 문제 같아요. "노선과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죠. 정당의 기본은 노선과 정체성이잖아요. 그것이 사라지면 벌거벗은 권력 투쟁만 남게 돼요. 야당은 반대자로서, 또 대안자로서 기능해야 해요. 정부가 독선, 불통, 독주로 가면 명백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강한 야당성을 보여줘야 하고, 대안자로서는 '이런 방향으로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틀어라'라고 말할 수 있어야죠. 현 정부가 실패하면 국민이 야당을 다음 정부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지와 결기를 상실한 야당,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세우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깃발이 분명하지 않고, 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지금 야당은 나침반 없는 항해를 하고 있어요.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 하는 자기 중심과 야당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봐요."
- 그럼 어떤 노선이 옳다고 보세요?"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 깊게는 1997년 IMF 이후 우리사회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졌어요. '이명박근혜' 노선이 아닌 거예요. 이명박근혜 노선은 규제완화고 민영화잖아요. 노동유연화와 감세를 말하잖아요.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해지고, 비정규직은 늘어났으며,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OECD 국가 중 행복도는 최하위고 자살률은 1위예요. 새정치연합은 대안 노선으로 가야죠."
- 양극화는 민주정부의 책임도 있지 않나요?"맞아요. 때문에 반성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10년 동안 집권해서 업적을 많이 만들었어요. 사회, 경제에 역동성이 생겼고, 정치적 민주주의 토대를 확실히 닦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비정규직이 늘고, 불평등은 심화되고, 부동산은 폭등했어요. 저는 새정치연합이 공식적인 반성문을 체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정치연합이 대표해야 할 층은 비정규직 850만 명과 자영업자 350만 명인데, 저희 때문에 그들이 득을 본 게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지를 못 받는 거죠."
- '비노'를 축으로 신당 창당설이 나오고 정 고문도 이쪽에 무게를 뒀다는 보도가 있어요."친노-비노 얘기가 계속 나오고 그렇게 구분되고 표현되는 한, 새정치연합이 정권교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요. 더 한심한 지경에 빠진 것은 현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 특정 계파가 당을 사당화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새정치연합에 희망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야당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봇물터지 듯 나온다고 생각해요. 특정 계파의 사당화는 향후에도 당의 앞날에 커다란 장애요소가 될 겁니다."
- 판교 참사를 보면서, 세월호 참사 후 과연 우리는 무얼 했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지점이죠. 7·30재보궐 선거에서 이긴 후 대통령은 뒤로 빠져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했고, 나중에는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윽박지르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야당은 너무나 무능하고 무기력했죠."
- 합의된 특별법으로 진상규명이 가능할까요?"3차 합의는 문희상 비대위가 한 거죠. 만장일치로 박수쳤죠. 그러나 가장 나쁜 합의예요. 유족을 완전히 배제했잖아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협상하고 합의했단 말이죠. 어떻게 야당이 대통령 지시사항 테두리 안에서 협상하나요? 또 여당이 아쉬운 정부조직법까지 다 처리하기로 양보했어요. 만일 3차 합의대로 법을 통과 시키면 진상규명은 불가능하고 야당도 그것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북관계, 현 정부가 잘 풀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