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코즈웨이(Giant Gauseway) 전경
김현지
우리가 자이언트 코즈웨이(Giant Causeway)를 간 날도 일년 중 해가 가장 긴 6월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집에서 3시간 반을 달려 북아일랜드에 도착했고, 근처의 해안도로와 다른 곳들을 구경한 후 7시가 다되어서야 코즈웨이에 도착했다.
북아일랜드의 해안가 경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이유도 있었지만 대낮처럼 밝은 날씨는 우리를 시간의 절대적인 통제 속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는 과오를 범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즈웨이 앞 관광 안내소 및 매표소의 문은 이미 닫혀져 있었고 어렵게 이곳까지 온 우리 가족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돌아갈 것인가… 내일 다시 올 것인가…..'보통 이런 경우에 포기가 빠른 나와 달리 남편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편이다. 남편은 차에서 내려 관광 안내소 근처를 기웃거리며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남편의 노력과는 달리 내 마음속은 이미 숙소에 들어가 어디서 저녁을 먹을지, 꼬인 일정은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차 있었다.
"자기, 관광 안내소 옆길로 내려가면 코즈웨이에 갈 수 있대!"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남편은 주변에서 일하던 직원을 찾아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코즈웨이로 내려갈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이럴 땐 남편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기회가 없다고 생각될 때조차 한 번 더 문을 두드리는 남편의 패기가 멋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코즈웨이는 무료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관광지의 동선은 차를 주차하면 관광 안내소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코즈웨이와 관련된 작은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고 박물관의 출구는 코즈웨이로 내려갈 수 있는 길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 오는 관광객들은 관광 안내소로 들어가서 입장료를 내야 코즈웨이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동선이다.
"늦게 도착해서 입장료를 아끼니까 더 기분이 좋은데?" 그날만큼 관광지에 늦게 도착한 것이 기분 좋은 적도 없었다. 뜻하지 않은 이벤트 당첨 덕분에 아주 멋진 저녁식사를 무료로 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우리 가족의 더 신나는(?) 자이언트 코즈웨이 투어는 시작되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거인의 둑길'인 이곳은 지명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하나는 어떤 거인이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 그 여인을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두 거인이 서로 자기 힘이 세다고 주장하며 싸움을 하기 위해서 이 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