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못 들어갔던 사람, 한국에서 나간 사람왼쪽이 마츠모토 하지메씨, 오른쪽이 이예다씨. 서로 처음보는 사이였음에도 두 분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악희
우리는 모두 향후 일정과 앞으로 있을 이벤트나 기자회견에서 있을 발언들을 논의했다. 예다씨는 어떻게 망명객이 되었는지, 망명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징병 거부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사항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나는 한국 군대의 실상을 증언하고, 징병제의 문제는 어떤 것이며, 실제로 병사들은 징병기간 중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를 밝히는 발언을 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이 인정된 이후, 연일 전쟁에 관한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간다는 우려 하에, 평화헌법의 근간인 헌법 9조가 파기되는 것이 아닌가, 자위대가 실질적으로 해외 파병이 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자위대는 영토방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청년 인구의 감소로 입대 정원을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면 해외로 출동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력공백은 물론이고 병력 충원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는 와중에, 일본 자민당의 일부 의원들을 비롯한 보수 세력에서 징병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튀어나왔다.
비록 아베 수상이 "징병제는 위헌이므로 절대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집단적 자위권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보여진 아베 수상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해 사회 일각에서는 '이것도 또 독단적으로 처리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서, 자유국가로 알려진 이웃나라의 젊은이가 어떻게 징병을 거부하고 망명자의 신분이 되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일련의 일정들이 확정된 것이었다. 이예다씨와 한국의 징병제 관련 이슈가 일본에서도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알려진 자위대의 이미지와는 달리, 일본인들에게 자위대는 '군대같지만 군대같지 않은 무력집단'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우리로서는 "군복입고 총들면 다 군인이지 그게 뭐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법 하지만, 일본은 평화헌법에 의해 어쨌든 군대의 보유와 전쟁이 금지되어 있다.
자위대는 사실 애초부터 미 군정에 의해 구 일본군을 해체하고 만든 경찰예비대에 그 기원을 둔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이 시기에 구 일본군의 악습이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고, 쉽게 말해 "대포와 탱크로 중무장한 경찰"같은 분위기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1950년대가 지나면서 구 일본군의 좌관급(한국으로 치면 영관급) 장교들이 재임용되는 등 구 일본군의 적자들의 입김이 좀 들어가긴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경찰과 같은 체계다.
간단히 말해서, 이들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군사재판을 받지 않는다. 군법으로 처리되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수습에 투입된 자위관이 겁을 먹고 도주했을 때, 군무이탈죄가 아닌 공무원 근무 규정에 따라 징계받았다. 미시마 유키오의 방위성 점거사건 당시에도 미시마의 의견에 동의하는 자위관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위대는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철밥통'으로 알려진 직장이라 한다. 전쟁에 나갈 일도 없고, 무기를 다루지만 사람을 죽일 일도 없는 데다가 일단 장기근무를 하게 되면 평생직장이 된다. 자위대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실제로 전투에 투입된다거나 누군가를 죽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이러한 점들 때문에 일본 내 우익들은 줄기차게 "자위대 해체, 국군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이슈가 불거지고, 그에 따라 점입 가경으로 징병제 이슈까지 떠오르자, 일본의 사람들은 바로 옆 나라의 사례를 들여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는 이자카야를 나와서 라면으로 해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술을 거하게 한잔 걸치면 라면같이 따뜻한 국물로 해장을 하곤 한다. 나는 술이 깨는것이 아까워서 만두를 주문하고 맥주를 마셨다. 살짝 취한 상태에서 내일의 일정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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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왜 옆 나라 사례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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