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회원 가는 길에는 400살이 넘는 느티나무가 있다.
유혜준
그 나무, 영회원의 영욕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400년 이상을 한 자리에 붙박여 있었으니 강빈이 이곳에 묻히던 날의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이곳에 가거든 잊지 말고 느티나무를 한 번쯤 쓰다듬어 보기를 권한다. 나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영회원은 일반 사람들이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게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무덤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영회원에서는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사약을 받고 죽어야 했던 젊은 청상의 한은 느껴지지 않았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을 볕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강빈은 아주 총명한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학식이 풍부하고 지성을 겸비했으며, 곧은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강빈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영회원을 찾는 의미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소현세자가 죽지 않았다면 강빈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소현세자가 조선의 임금이 되었다면 왕비가 되었을 것이나, 그이는 왕비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푸르디 푸른 나이에 한을 품고 죽을 운명이었다.
임금의 음식에 독을 탔다는 누명... 서른다섯 나이에 사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