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주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삼성 언팩 에피소드2 행사에서 새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당장 갤럭시노트4 신제품이 95만 원대에 나왔는데도 나온 지 1년 지난 갤럭시노트3나 갤럭시S5 판매가는 여전히 86~88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일 단통법 시행에 따라 공시된 이들 제품의 최대 보조금도 11~13만 원으로, 8~11만 원인 갤럭시노트4와 별 차이가 없다.
이들 제품이 불과 몇 달 전 '보조금 대란' 당시 '공짜폰'으로 풀렸던 걸 감안하면, 그만큼 거품이 낀 제품을 비정상적인 보조금에 의존해 팔았다는 걸 입증한다. 삼성전자가 기를 쓰고 단말기 보조금 분리 공시를 반대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하지만 이제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대란'을 활용한 재고 처리마저 어려워진 것이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진입장벽'... 80-90만 원대 '요지부동'문제는 삼성 스마트폰이 아직 바닥을 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를 출시했지만, 국내에선 단통법 역풍을 맞았고 해외에선 5.5인치 대화면 '아이폰6+'와 경쟁해야 한다. 또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중국 후발 업체들과 힘겨운 추격을 견뎌내야 한다. 증권가에서도 내년 1분기까지는 지금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걸로 전망하고 있다.
그 해법은 샤오미에서 찾을 수 있다. 샤오미는 미국 아마존닷컴처럼 단말기 판매보다는 서비스 사업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한현배 아주대 교수는 "샤오미는 하드웨어 기술력은 자신 없으니 아웃소싱하고 아이디어로 치고 가는 소프트웨어 중심 업체"라면서 "애플 아이팟이나 아마존 캔들처럼 샤오미도 단말기가 아닌 서비스나 콘텐츠로 돈을 벌려하고 있다"고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도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로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거꾸로 줄어드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그만큼 '제조사 마인드'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더구나 삼성은 이동통신3사와 손잡고 국내 콘텐츠나 서비스 사업자들과 '상생'은커녕 '갑질'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선탑재' 앱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로 잘 알려진 록앤롤 박종환 대표는 지난달 30일 <비석세스> 인터뷰에서 삼성 요청으로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S'에 들어갈 '김기사' 앱을 다 만들었다 삼성과 이통사 이해관계에 밀려난 설움을 토로했다.(관련기사:
스타트업 생태계 파괴 주범 '기본탑재 앱', 국민내비 '김기사'도 울렸다 )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LG 등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 것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경쟁을 부추기기는커녕 거꾸로 '해외 직구'를 막는다며 외국 단말기 전파 인증을 강화해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샤오미 폰을 비롯, 값싼 외국산 스마트폰을 들여오려는 시도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국내 이통사들도 삼성-LG 눈치 보느라 중국산을 비롯한 외산 스마트폰 도입에는 소극적이다.
과거 국내 아이폰 도입을 막아 삼성전자가 초기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놓쳤듯이, 이제 거꾸로 중국산 스마트폰 도입을 막아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 떨어지는 갤럭시 생명력만 연장하고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의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 몫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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