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를 희생자를 추모하는 홍콩시민들
flickr
톈안먼 사태는 아직도 중국에서 입에 올릴 수 없지만 중국인들은 암호를 통해 기념하고 있다. 그 소식은 인터넷으로 은밀하게 유포된다. 바링허우는 다름 아닌 인터넷 세대다.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바링허우는 그 사건을 직접 접했을 수도 있고,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바링허우는 그 부모가 목격자일 수도 있다.
컴퓨터에 능숙한 바링허우들은 우회 접속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중국 정부가 금지한 인터넷 사이트에 잘도 들어간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정부가 쉬쉬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퍼뜨린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그런 바링허우들이다. 그들이라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선거에 관해 CCTV에서 말하는 식의 뻔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중국 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선거로 지도자를 뽑아요?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도 혼란만 생겨요.""대통령 직선제를 하면 아무나 대통령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문제가 많죠. 국가 지도자는 오랫동안 준비되고 검증된 사람이 돼야 해요.""투표하는 사람들이 다 똑똑하지도 않은데, 인기에 영합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국가 장래는 어떻게 되겠어요?""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수인계가 잘 안 되고 정책은 일관성이 없어져요. 또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기 쉽고요." "선거비용은 누가 내요? 선거운동 기간에 국무가 제대로 돌아갈까요? 돈 낭비, 시간 낭비 아닌가요?"뜻밖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복병을 만난 기분이었다. 당연히, 일당제보다 다당제가 합리적이지 않은가. 당연히, 직선제가 민주주의가 아닌가. 중국학생들은 내가 생각했던 당연함을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약점투성이로 봤다. 그들에게는 '중국식'과 '14억 인구'가 모든 사안의 전제조건이었다. 중국식 사회주의, 중국식 시장경제, 중국식 민주주의 그리고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 그 특수성이 먼저였다.
오늘날 중국 정치는 집단 지도체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공청단', 시진핑 현 국가주석의 '태자당'. 이 세 계파가 경쟁과 타협을 통해 중국을 이끌고 있다. 그중에서 핵심 그룹은 국가주석과 총리를 포함해 각 계파를 대표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다. 그들이 협상과 집단 합의를 통해 최종 의사 결정을 한다. 한 사람이나 한 계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 구조가 아니다.
협상과 합의 과정을 높이 평가하는 중국 학생들은 한국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거나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정도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갈등하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정당들의 적나라한 파벌 싸움, 지지부진한 의사 결정 과정, 번복되는 정책, 국가 최고 권력자의 스캔들은 중국 공영 방송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다. 학생들은 부패한 공무원과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성토하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승계 방식과 능력만큼은 신뢰하는 것 같았다.
상하이에서 떠돌이 차 장수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후진타오는 국가주석이 되기까지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은데 30년이 걸렸다. 시진핑은 국무원 부총리를 역임했던 시중쉰의 아들이다. 문화대혁명 때 부친이 반당분자로 낙인 찍힌 이후, 시진핑은 깊은 산골에 하방됐다. 그곳에서 그는 옥수수 국수를 먹고 토굴에서 자면서 험한 노동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의 정치 경력도 낙하산을 탄 것이 아니라, 공산당 지방당원에서 시작하여 한 계단씩 밟아 올라온 것이다. 출신으로 따지면 태자당(太子堂 : 당·정·군·재계 실력자들의 자녀)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부모 덕에 출세한 태자당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처럼 중국의 최고 권력자는 오랫동안 경력을 쌓고 엄격하게 검증을 받은 다음 선발된다. 선발되기까지 족벌주의나 비리 혐의, 사생활 등 도덕성까지 철저하게 내사를 하기 때문에 부정부패와도 거리가 멀다. 충분히 준비되고 훈련된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를 뽑는 셈이다. 어찌 보면 치밀하고 안정적인 권력 승계 시스템이다. 해외 특파원들도 중국 최고 권력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은 세계 어느 국가 지도자보다 깨끗하다고 한다.
그 범위를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까지 포함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의 축재 과정에 시진핑 국가 주석의 친척이 끼어있다는 의혹이 해외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역대 최고 권력자들의 자녀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봐도 그렇다. 리펑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은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CEO인데, 2013년 취리히 보험 뇌물 사건에 연루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아들 장몐헝,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아들 후하이펑, 원자바오 총리의 아들 원원송 등은 굵직굵직한 국유기업의 총재이거나 엄청난 재력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