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의 본부 건물. 최근 복원을 마치고 전시관으로 개관했다.
김민화
잿빛 모래 위에는 풀 한 포기 없다. 뙤약볕 아래 갈색 건물 한 동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입구에 붙어있는 '731부대'라는 표지판 만이 이곳이 '부대' 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731부대'라는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 부대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중국 흑룡강성(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이곳에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당시 '부대'의 이름으로 위장된 거대한 생체실험실을 만들었다. 1932년 설립 초기에는 '관동군 방역급수부대', '동향부대' 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1941년 '731부대'로 개명했다. 이 부대의 임무는 세균전 대비를 위한 '인간생체실험'이다. 말 그대로 실험 대상은 살아있는 사람이다. 즉, 인간을 사람이 아닌 실험재료로 취급한 '마루타'의 실험실이었다.
'731부대'의 부지는 상당히 넓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건물들은 거의 찾아 볼 수 가 없다. 일본이 패전하고 도망가면서 모조리 파괴해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현재 온전한 건물도 최근에서야 복원된 것이다. 중국정부는 이곳을 역사유적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거의 사라져 버린 역사의 흔적을 복원하기 위해 터닦기를 하고 있었다. 입구 정면으로 보이는 유일한 건물을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당시 731부대의 본부 건물이었다.
전시관 건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어둠을 쏟아낸다. 볕을 최대한 차단해 놓은 전시실은 할로겐 전구가 쏘는 희미한 빛에 의존할 뿐이다. 15개의 전시실을 가득 메운 자료들은 당시의 참혹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흑백 사진의 공포를 극대화 한다. 전시 내용에 기승전결은 없었다. 꽝꽝 얻어 맞는 듯한 충격이 시종일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