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핵 대응 순항미사일 공개국방부가 지난 2013년 2월 14일 함정과 잠수함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이 수면을 뚫고 올라 목표물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의 선제공격이 없는 한 북이 핵도발을 할 이유는 없다. 만약 미국이 북을 선제공격하면 북은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또 남한·일본·오키나와·괌의 미군은 북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는 타격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도 동시에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물론이다. 아니, 조국 강토는 미국의 핵공격으로 공멸할 수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뒤 일어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의 주도 세력은 미국이었다. 그런데 이 아시아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미국은 고전하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과의 전쟁에서는 예외였다. 항복 직전의 일본에 인류 사상 최초 핵폭탄 사용으로 수십만 명을 단번에 살상하고 완승을 거뒀다. 그 뒤 한국전쟁 때 중국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미군 사령관은 북-중 국경지대에 원자탄을 퍼붓겠다라고도 했다. 북의 '수십 만 원자탄 피난민'이었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노부모의 권유로 가족과 고향을 남겨두고 남으로 내려갔다. 2013년 봄,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남한까지 날아와서 핵탄 투하 연습을 한 것처럼 미국은 조국강토에 핵공격으로 두 번째 세계기록(핵무기를 전쟁에 실제 사용하는 행위)마저 쟁취할 셈인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라는 남한 대통령의 말 또한 얄궂게도 '미국의 핵을 50여 년간 발 아래 딛고 살아온' 북 인민들의 고통을 잘 배려해 주는 듯하다. 박 대통령이 순수한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핵우산 쓰지만 만들지는 않을 테니, 너는 쓰지도 만들지도 말라'고 하면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여하튼 북은 지난 20여년 동안에는 '발 아래나 머리 위'를 가릴 것 없이 미국의 핵군함과 핵폭격기의 위협을 받아왔다. 이제 핵 자위력을 갖춘 북은 핵무기 고도화와 인민 경제 발전에 매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에 순종하고 미국을 사대해온 남한이 미국의 반대를 넘어 핵개발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은 북핵 폐기를 이야기하지만, 북이 완전 핵을 폐기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북핵이 폐기되면 미국은 동아시아 질서유지를 위해 새로운 상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핵이라는 꽃놀이패보다 더 좋은 것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남한에서의 '핵무장 주장'은 잠잠해졌다. 그렇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남한 논객들은 '9·19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라 북핵을 동결한 뒤 포기하는 약속을 받고 대신…'이라든가, '중국이 북을 압박해서 핵을 포기토록…'이라든가, 아니면 '강력한 유엔제재를 유지하며 6자회담을 통해…' 등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나아가 '남한이 미국에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4차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와 같은 이야기도 한다.
9·19 성명의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북은 두 차례 핵시험을 한 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그리고 2013년 3차 핵시험까지 했다. 2003년에 성립된 뒤 11년 동안 실행돼온 6자회담의 효용성은 무엇일까. 여러분은 6자회담 같은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뭔가 조금 더 다른 생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나는 언제나 '남북 먼저' 주의자다. 이 글을 통해 재미동포가 밖에서 보는 남과 북의 현황을 살펴보면서 다른 해결책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남북 합작'이 가져올 결과남한은 23개 핵발전소를 운용하는 세계적인 핵과학 기술을 가진 나라다. 게다가 반도체, 전자전기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첨단을 자랑하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또 '혈맹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열강들로부터 국제적 신용과 존경을 받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걸맞게 남한은 유엔사무총장도, 세계은행 총재도 배출해냈다.
한편, 북은 "핵은 핵으로써만 억제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라면서 핵미사일 보유가 세계의 비핵화와 평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북은 우리 겨레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도 핵대결 하는 세계 7대 핵·미사일국이라고 자임하고 있다. 나아가 북은 막대한 자원·기술·사회구조를 통해 앞으로 괄목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남북의 이런 자산과 실력을 합해서 함께 발휘한다면, 세상에 이뤄내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이래도 저래도 풀리지 않는 북핵 문제, 아니 겨레의 핵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남과 북의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이상과 원칙에 따라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남한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것이 아니고, 또 북은 핵을 지렛대로 미국에 평화를 구걸하지도 말고 핵문제도 남북연합방 평화체제처럼 풀어야 한다. 즉 혼자서도 미국과 대결하는 북과 국제적 신용이 있는 남한이 겨레의 핵을 함께 꼬옥 껴안고 안전하게 공동관리해 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핵국가가 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은 북을 핵국가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북핵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전달돼 9·11 사태 같은 것보다 더 극심할 세계적 수모를 다시 당할까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핵 확산을 막고자 하는 것이지, 이미 존재하는 북핵 자체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절박성이 없다. 석유 자원이 있는 이슬람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미국에게 더 중요하지 북핵이 더 중요한 게 아니다. 바로 이것이 남과 북이 합의해 미국을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러니 미국의 동맹인 남한이 북과 더불어 신용 있게 핵 비확산을 보장해주면 된다. 미국이 자국을 위해, 또 세계평화를 위해서 핵의 비확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60년 혈맹 남한의 이런 묘안을 아니, 남북의 합의된 의사를 차마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이 제안마저 거부한다면 남한의 사대보수층은 한미동맹의 실상이 무엇인지 똑똑히 깨닫게 될 것이다. 인류평화를 외치며 평화협정을 거부하고 평화를 말하며 무기장사에 몰두하는 패권국가의 자연스러운 속성을 말이다.
남북연합방 평화체제 구축을 확고히 하고 우리 겨레의 핵을 공동관리하면서, 겨레가 원하는 바에 따라 필요하면 물론 핵을 폐기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동아시아 군사 정세의 변화로 중국·러시아·일본·미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 겨레의 전략적 국익유지 차원에서 핵을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 없이 그렇게 해도 될 것이다. 통일조국은 세계 5~7대국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세계의 비핵화와 평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겨레의 이익에 맞게 행동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