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근 목사
이영광
가난한 이가 의지할 수 없는 자, 목사가 아니다- 오늘의 한국 개신교는 기득권이 된 듯합니다."가난한 사람들이 들어가기 힘든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목사에게 매달릴 수 없다면 그 사람은 목사 아니에요. 그런데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부자교회를 지향합니다. 많은 목사들이 사회의 기득권으로서 삶을 향유하고자 합니다. 교인들도 마찬가지죠.
물론 작은 교회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가는 교회도 있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목사들도 있어요. 그러나 한국의 대형교회들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행태를 버려야 합니다. 부자와 기득권자들의 삶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대체적으로 물질주의·천박한 자본주의·성장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교회의 본질은 성장하는 데 있지 않아요. 신앙의 본질은 잘살고 높이 되는 데에 있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예수처럼 살 수 있는지, 예수가 만들려는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지에 중심이 있는 거죠. 한국교회는 그리 가야 합니다."
- 지난주 한 교단에서 십일조를 안내면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전 그 얘기를 듣고 격분을 금할 수가 없었어요. 예수께서 십일조 안 낸다고 내몰았던 적이 있나요? 교인이냐 아니냐는 교회가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따집니다. 하나님은 교인이라고 하는데 교회가 교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성경 어디에 십일조 안 내면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고 교인이 못 된다는 말이 있습니까? 이건 교회 개혁의 끝자락에 가 있는 겁니다. 과거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부르짖던 면전에 개신교가 있게 되었어요.
교회의 여러 사정에서 나온 얘기겠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성경을 그렇게 마음대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구약 성경에 의무로 부과하는 것은 십일조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계율이 있어요. 그 계율 지금 다 안 지키잖아요, 교회가 딱 하나 쥐고 있는 게 십일조예요. 그걸 쥘 바에는 다른 것들도 놓지 말아야죠. 본래 십일조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구약에서 십일조는 모든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 냈습니다. 아무 생업을 가지지 않는 제사장의 생활비, 약한 자를 도와주는 구휼비 등이죠. 지금처럼 교회 유지를 위해 십일조를 내라는 것이 아니에요."
- 김 목사께서는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해오셨는데 그 당시와 비교해 2014년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민주주의가 외형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내용적으로는 갈 길이 멀어요. 절차적 민주주의는 크게 진전됐습니다. 그러나 그 절차라는 것도 빈 수레와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민주주의 절차는 지켰지만 온갖 부정이 개입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만으로는 민의를 옹골지게 담보할 수 없다는 경험을 뼈아프게 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의 폭은 훨씬 넓어요. 정치와 제도뿐만 아니라 모든 삶 속에 민주주의가 이룩되어야 합니다. 경제도 민주적 경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재벌경제로 가면 안됩니다. 국민들이 눈을 뜨고 더 투쟁해야 합니다."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어요. 지난 1년 6개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가치관과 지향하는 바가 이명박 정부와 거의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을 자처하는 게 가장 큰 흠입니다. 한 치의 과오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남 탓을 합니다. 국민 위에 높이 자리를 틀고 앉아 국민을 내려다봅니다. 소통이라는 것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소통부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 스스로 한 말들이 있지 않습니까. 가족들의 뜻을 잘 반영하여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제라도 필요하면 오시라고 했지 않습니까. 대국민 사과의 형식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만 실종자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까.
지금은 가족들이 만나자 해도, 단식으로 쓰러져도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진심이 없습니다. 참마음이 없습니다. 정치적 이해계산에 급급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이 이 일은 국회가 할 일이라고 미루면 안 됩니다. 지금 대통령이 나서서 유민이 아빠를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단식을 끝내게 해야죠. 그리고 꽉 막힌 정국을 대통령이 풀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면 세월호로 양분된 국론이 합쳐집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할 생각이 없어요. 저 대통령 밑에서 몇 년 더 어떻게 지낼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져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직 걸고 투쟁하라-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무능을 보였음에도 지난 7월 재보선에서 야당이 참패했습니다. 야당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에서 지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야당 역시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정이라도 국민의 자리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계파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권력 장악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는 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국민을 일개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닙니까. 국민이 뭘 원하는지 뭘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를 깊이 살펴야 했습니다.
국민을 살필 큰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오늘을 가져 왔습니다.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일대 혁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의 철퇴를 맞고 제1야당의 자리조차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지도부는 자리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를 보고 결행해야 해요.
특히 전남에서 새누리당의 후보가 당선된 것은 무섭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음에는 광주나 전주에서도 나올 수 있어요. 물론 광주나 전주에서 여당이 당선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주의 극복해야죠. 그런데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훌륭한 정당인가 하면 아니잖아요. 이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심판인데 반사이익을 집권보수당이 가져갑니다. 국민과 역사의 발전의 관점에서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