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3시, 서울 시내 대학생 400여명이 "유민아빠를 살려내자", "수사권 기소권 보장된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서울 곳곳에서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성명을 낸 적은 있었지만, 행진 등으로 직접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성애
인원은 행진을 하면서 동참한 시민들로 조금씩 불어났다. 이들은 각 학교에서 동시에 출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한 뒤 광화문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특히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이제는 대통령이 책임져라", "청와대는 유가족 의견을 수용한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라"고 쓰인 노란 플랭카드를 들고 걸었다.
경희대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오후 6시 30분께, 서울대 출발 학생들은 오후 6시 50분께 세월호 유족들이 있는 광화문 농성장에 도착했다. 광화문에 먼저 도착해있던 학생들과 시민들이 "수고하셨다"고 박수를 치며 나중에 도착한 학생들을 환영했다.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 등 세월호 유가족 10여 명도 광화문 광장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며 "국가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대신 여러분께서 이렇게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러분은 제발 다치지 말라"고 부탁했다.
경찰 수백명에 싸인 학생들 "유가족 응원하러 왔다"... 유가족 "고맙습니다" 이후 청와대 측에 특별법 제정 촉구 탄원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삼삼오오 걸어온 학생들은 종로구 청운동 일대에 출동한 경찰 500여 명에 가로 막혔다. 경찰들은 "시민 통행을 막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오후 9시께, 유족들이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쪽으로 가려다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학생 30여 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우린 행진을 한 적도 없고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며 "저희는 그저 유가족들을 응원하러 왔을 뿐이다, 오히려 시민들 통행을 막고 있는 경찰들이 불법 아니냐"고 항의했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 측의 결단을 촉구하며 주민센터 앞에서 노숙 중이던 유족들은 직접 나서서 대학생들을 응원했다.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 7반 이민우군을 잃은 아버지 이종철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학생들이 불법집회도 아니고 우리들을 응원하러 왔다는데 경찰들이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먼저 무리하게 막고 채증하지 않았느냐, 그건 잘못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 오영석군의 아버지 오병환씨는 학생들 틈으로 들어가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외쳤다. 오씨는 "우리 안전한 사회에서 같이 삽시다, 그러려면 (학생들이) 다치면 안 돼"라고 부탁했다. 고 최성호군 아버지 최경덕씨도 경찰들 어깨 너머로 "학생들 다치면 안 돼요, (경찰들은) 학생 해치지 마세요"라며 말을 건넸다. 학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주민센터 앞에 있던 유가족들은 걸어서 5분 거리(약 30m)에 있던 학생들에게 들리도록 "학생들 고맙습니다"라고 목소리 높여 외쳤다. 40여 분 동안 경찰과 대치한 끝에 학생대표로 유족들과 5분간 짧게 만난 남녀 대학생 2명은 "저희가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8월 말까지 특별법 제정이 안 되면 9월에 대규모 행진을 할 예정이니 힘내시라"고 응원했다.
학생들은 오후 10시께 자진해산했다. 이후 유족들과 만난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단식이 40일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실천과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정권은 국민들 말을 들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계속 행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들은 청와대 측에 전달하지 못한 특별법 제정 촉구 탄원서를 오는 26일 다시 한번 전달할 예정이다.
학생들 "우리도 곧 사회인 될 것... 제2 세월호 참사 피해야" 앞서 행진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학생·동문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길을 나서는 이유는 40일 넘게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