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곤봉 들고 대기 중인 군 병력최근 28사단 병사폭행사망사건으로 군 사망사고 문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영내 진입을 시도하자 닫힌 정문 뒤로 병사들이 곤봉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이희훈
"군대 내 폭행 '봐도 모른척' 분위기"- 각자 군생활 했던 곳을 간단히 소개해달라.포병(아래 포) :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 2012년에 전역했다. 주특기는 포병이었다.
행정병(아래 행) : 경기도 양주에서 행정병으로 군생활을 했고, 2009년에 전역했다.
보병(아래 보) : 2013년 초까지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일반 보병이었다.
-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접했을 때 어떻던가.보 : 구타로 인해 윤 일병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하지만 군대라는 시스템이 폭력이 어느 정도 묵인되는 분위기이지 않나. 이번 일이 처음도 아니고.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 일이 터졌구나'라고 생각했다.
포 : 하사 한 명이 같이 폭행에 가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다. 내 군생활을 떠올려보면 지휘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다. 부조리가 없도록 관리해야 하는 간부까지 가담했다니. 할 말이 없다.
- 혹시 군생활 중 폭력을 당한 적이 있나.보 : 나의 경우 자대배치 뒤 일주일 만에 어떤 선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폭행과 가혹행위 때문이었다. 그래서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눈치만 볼 뿐 지속적인 관찰이 없으면 금방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고 이후 한동안 괜찮다가, 어느 날 뒤통수를 때리고, 어느 날 주먹으로 때리고, 뭐 이런 식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유치한데 이등병은 거울 보면 안 된다, 같은 이등병과 말하면 안 된다 등 계급 별로 해도 되고, 해선 안 되는 일이 정해져 있었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 같다.
포 : 나도 비슷한 사례다. 가혹행위로 인해 자대배치 뒤 한 달 정도 지나 선임이 탈영하는 사례가 발생해 폭행·가혹행위 분위기가 사그라들었다. 내 친구의 경우 일상적으로 폭행이 있었던 부대에서 근무했는데 이른바 '내리갈굼'을 당하다가 주먹으로 맞아 턱뼈가 부러졌다. 멀리서 달려오라고 한 뒤, 선임이 가슴을 때리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턱을 때린 것이다.
- 군대 내에서의 폭력, 어떤 의미인가.포 : 봐도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44명의 병사가 윤 일병이 폭행당하는 걸 봤다고 하지 않나.
보 : 간부들도 아주 큰일이 아닌 이상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도 하사 한 명이 엮여있는데, 내 군생활에 비춰봤을 때 심지어 은근히 폭행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병장에게 와서 '너네 요새 빠졌더라?', '야, ○○○ 일병 안 되겠던데' 하는 식의 말을 하고 간다.
행 : 폭행이 일어나면 '잘못을 했으니 맞겠지'하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