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나는 꼼수다
모두가 그랬듯 나 또한 경악했다. 나꼼수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때문이다. BBK, 내곡동, 선관위 디도스, 자원외교 등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었다.
전 국민을 공부시키고자 했던 MB의 깊은 마음이 나에게 닿았던 것일까. 냉혹한 현실 앞에서 나는, 당하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나꼼수를 필두로 <그것은 알기싫다>와 <주진우의 현대사>, <나는 꼽사리다> 등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정치는 물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던 나에게 팟캐스트는, 남루한 시대를 바라보는 '창'이었다.
2014년, 팟캐스트가 생활의 일부가 되다 2012년에 MB가 가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새 시대를 기다린 사람들의 마음을 보기 좋게 비웃 듯,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졌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대화록 유출, 간첩조작사건, 철도와 의료 민영화, 세월호 사건까지. MB 시대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아야 했고 공부해야 했다. 나꼼수의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현 정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과 같은 세태, 정국에서는 의문하기를 멈추면 노예가 돼요. 그럴 순 없잖아요?" 그렇다. 의문하기를 멈출 수 없는 시대였다. 그러나 마음껏 의문하기에는 많아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한 가지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에 대해 미처 다 알기도 전에 다음 사건이 터지고, 또 다음 사건이 터졌다.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보의 양이었다. 연일 터지는 굵직한 사건에, 판단은 둘째 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팟캐스트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배경과 핵심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내용을 다운받고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으니 부담이 없었다. 물론 팟캐스트를 듣는 것만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어떤 관점으로 이 사건을 봐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러 팟캐스트의 진행자들이 가진 다양한 관점을 비교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이제 팟캐스트는 나에게 일상이 되었다. 하나둘씩 듣기 시작했던 팟캐스트가 이제는 듣고 있는 방송만 30가지에 이른다. 정치,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과학 등 분야도 다양해 졌다. 여태까지 들었던 방송을 합하면 60~70여 개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던 것 같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떤 방송이 업로드 되어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팟캐스트 어플을 실행시킨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팟캐스트를 듣는다. 아침밥을 먹을 때는 쌀 시장 개방의 문제점에 대해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세월호 특별법의 여러 쟁점들에 대해 들었다. 팟캐스트가 없었다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