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능선의 저 야크처럼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 저자의 말.
김진석
"왜 카미노를 걷기로 했는지 묻는 이들이 많았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일단 걸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오늘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내일 생각해보자. 그래도 안 떠오르면 그 다음 날, 또 다음 날..." - 본문 가운데처음부터 그가 걷기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산티아고에서 돌아온 그는 달라졌다. '길 위의 사진가'로 거듭났던 것이다. 그는 이제 걷기 전도사가 되어 걷고 또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누구에게나 지금 이대로 살아가고 있는 게 괜찮은 건지 묻고 싶은 순간이 온다. 작가가 이때 찾는 곳이 길이다. 걷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저절로 정리돼서란다.
"중요한 건 한 걸음을 뗄 수 있는 마음"이라는 책 속 순례자의 말이 마음을 흔든다. "걷다 보면 결국 종착역은 나"라는 그의 말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고 답하는 길을 걷는 이가 건네는 사진과 짧은 글은 독자의 마음속에 무게감 있게 실린다.
사실, 걷기 특히 저자처럼 혼자 걷는 여행은 무척이나 고독한 행위다. 하지만 걷기에 중독된 이에게 때로는 고독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친구는 '자신'만으로 충분하게 될 때, 비로소 고독이 주는 완벽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한다면, 그때의 여행이란 십중팔구 '홀로 걷기 여행'이지 싶다.
홀로 걷는 사진가인 저자 김진석의 포토 에세이는 일반 책보다 작고 얇지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사람도 걷고 동물도 걷는다. 손안에 들어오는 사진 갤러리로 삼아 곁에 두고 일상적으로 봐도 좋겠다. 다만, 산티아고, 제주 올레, 히말라야, 투르 드 몽블랑, 규슈 올레, 아프리카의 길들을 자주 보면 방랑벽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걷다 보면 -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걷는 여행
김진석 지음,
큐리어스(Qrious), 2014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