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눈잣나무 군락지. 향기와 꽃가루가 천리를 간다하여 <천리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오균
희운각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다시 대청봉을 향하여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대청봉에 오르는 마지막 깔딱고개다. 거의 수직으로 된 오르막은 허리를 구부리면 이마가 언덕에 닿을 것만 같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길을 오른다. 뒤돌아보면 숨이 멎은 듯 아름다운 암벽들이 앞을 가리고, 앞을 보면 거의 절벽에 가까운 가파른 언덕이 앞을 가린다. 까마득하게 이어지는 철 계단을 젖 먹는 힘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병풍처럼 아름다운 기암괴석의 절경에 그만 온 정신을 홀리고 만다. 설악산은 그런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