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돈사지 3층 석탑묵묵히 폐허가 된 절터를 지키는 석탑.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물 제750호. 저 멀리 탑의 뒤쪽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원공국사승묘탑이라 불리는 원공국사의 부도이다. 실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저것은 복제품.
이양훈
법천사는 절터가 있는 곳의 지명이 법천리일 만큼 규모가 큰 거찰이었다고 한다. 인근의 거돈사 역시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인적 조차 드문 곳이 되어 버렸다. 왜 이런 곳에 절을 지었을까?
그 옛날 이곳은 흥원창이 있던 곳. 창(倉)이란 고려와 조선시대 때 국가가 징수한 곡물을 모아 보관하고 이를 다시 경창(京倉)으로 운송하기 위해 해안이나 강변에 설치했던 국립창고이다.
흥원창은 원주·평창·영월·정선·횡성·강릉·삼척·울진·평해지역의 세곡을 보관하고 한강수로를 이용하여 서울의 경창(京倉)으로 운송하던 곳으로 전국 13곳에 설치되었던 국가 물류체계의 핵심 기지였다. 굳이 오늘날과 비교하자면 지금의 KTX역과 같은 곳.
재화와 사람이 모이고 유통이 활발해지니 경제가 발달했을 것이다. 그 옛날 법천사가 있던 이곳은 모든 것이 풍족하고 흥성거렸던 비옥한 곳이었다. 그러니 겁도 없이 한반도의 중심을 자처하지 않았을까?하여 국교였던 고려 불교의 거대 사찰이 들어설 적지였을 것이다.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고승을 모시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폐사지 여행은 이렇듯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모든 건물을 짓고 부수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도시 하나를 뚝딱 만들고 건설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고행일 수도 있다. 기껏해야 주춧돌 몇 개 뿐인 건물터와 운이 좋으면 탑이 하나 있을 뿐. 그러나 도시의 북적거림과는 다른, 조용히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유쾌한 침묵의 대화가 있다. 특히, 찾는 이 없어 고즈넉한 폐허가 주는 이 쓸쓸함을 견디고 즐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대! 폐사지 여행에 나서라! 원주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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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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