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이 가능한 득량역의 강골마을 이식래 가옥의 밥상.
김종길
- 휴가철이다. 책 속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먹을거리가 풍성한 광주송정역, 아름다운 풍경의 남평역과 명봉역, 남도의 맛과 멋이 있는 보성역과 순천역과 벌교역, 이야깃거리가 많은 하동역, 코스모스 필 때 환상적인 북천역 등 사실 추천하고 싶은 곳이 많다.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가족여행지로 좋은 보성의 득량역이다.
득량역은 옛 추억의 골목길이 조성되어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는 곳이다. 득량역 주변의 빈 점포와 공간을 활용하여 장난감가게, 문구점, 사진관, 만화방, 옛 초등학교교실 등과 40년이 넘은 이발관과 다방을 재현해 놨는데 참 좋았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강골마을은 숲 속의 집과 집을 잇는 옛길이 있고, 그림 같은 열화정을 비롯해서 이용욱 가옥, 이금재 가옥, 이식래 가옥 등 중요민속자료가 4곳이나 되는 전통한옥마을이다.
강골마을에서 숙박을 하면 이식래 가옥에서 한 끼에 6000원 하는 맛있는 시골밥상을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갯벌체험과 보성차밭에서 녹차체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득한 득량만 방조제 가는 길에선 생동감 넘치는 표정의 해평리 돌장승도 만날 수 있다. 가까이에 율포 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을 테마로 여름 휴가계획을 잡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다는 경전선, 원하는 곳으로 갈 정도로 자주 있는가?"하루에 네댓 번 왕복으로 기차가 오갈 뿐이지만, 그곳에는 시간의 흐름이 매우 더딘 편이라 이용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여행에서 도시인의 시각과 습관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곳의 시간으로 그곳을 여행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여유와 느긋함만 있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광주송정, 순천, 진주, 창원에는 KTX까지 들어와 있다. 이런지라 이 도시에 있는 역으로 이동해서 간이역으로 여행하면 편리하고,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앱도 있지만 아날로그적 경험 주고 싶어"- 여행을 통해 얻은 것과 변화도 많을 것 같다."여행을 우리말로 하면 나그네 길이다. 길 위에 선다는 것 그 자체로 하나의 공부란 생각이다. 여행의 노하우가 깊어질수록 '여행은 사람이다,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목적이다. 여행은 자신과의 대화이다' 임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소박한 깨달음들을 많이 얻는 것 같다."
- 책을 통해 경전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둘 정보는?"정보가 넘치는 시대라 또 다른 정보를 주기보다는 새로운 감성을 주고 싶었다. 스마트폰 앱만 깔면 기차 시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8쪽에 걸쳐 경전선 열차 시각표를 수록했다. 아울러 경전선의 역사와 노선도, 각 역에 내려서 가볼 만한 여행지와 문화유산, 먹을거리, 오일장 등의 정보도 수록했다. 책장을 넘기며 기차 시간이나 오일장 등을 알아보는, 스마트폰으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또 다른 맛인 아날로그적 경험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 아무나 시도하지 않았을 여행이라 많은 사람에게 좋은 여행 힌트가 되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여행 계획이 궁금하다."향후 10년간 '남도'를 계획하고 있다. 남도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그 무엇'이다. 이를 소재로 여행하여 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할 생각이다.
그 첫 번째로 이 책의 내용인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여행이었다. 두 번째로 전라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암자)', 지난 5월부터 지리산 암자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조선 시대 때만 해도 지리산에 사찰과 암자가 400여 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50여 개가 남아 있다.
1년 동안 이 암자들과 지금은 터만 남았거나 흔적도 없는 옛 절(암자)터 기행을 할 계획이다. 먼 훗날 부산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의 도보여행도 생각 중이다."
(관련기사:
'지리산의 전설' 암자, 드디어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