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한공주>는 2005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되었다. 당시 이 사건의 담당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밀양 물 다 흐려놓았다"라며 2차 피해를 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리(里)공동체 영화사
201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3개 중소도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182명 중 53.8%가 여성의 심한 노출로 인해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술에 취한 여성이 성폭력을 경험할 경우,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37.4%였고, 늦은 밤에 여성 혼자 길을 걷다가 성폭력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응답 역시 20.3%나 되었다.
성폭력 피해 직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힘들다는 응답은 24.2%,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경우 가해자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비율도 12.1%나 되었다. 사법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가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일선 경찰관들의 인식 수준이 이정도라니. 성폭력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만한 연구 결과다.
경찰들뿐 아니다. 다른 범죄와 달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은 우리 안에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 피해를 유발했다거나, 여성 혼자 늦은 밤길을 거닐거나 술을 먹는 등 소위 '몸가짐'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성폭력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인식 등이 그렇다.
가해자와 성폭력 피해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면 성폭력 피해가 아니라 성관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고, 성폭력 피해 이후 바로 신고하지 않다가 이후에 신고할 경우,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 뭔가 요구하는, 일종의 '꽃뱀'일 수 있다는 의심도 성폭력 피해에 대한 통념이자 오해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러한 통념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스스로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2차 피해를 주고, 더 나아가 가해자를 두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여 결국은 성폭력 근절을 요원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꽃뱀 아냐?" 생각만으로도 피해자는 웁니다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법제도의 변화 속에 특히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제도, 보호 방안은 다른 선진국가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오해와 사회적 낙인은 2차 피해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물론 법제도의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2013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질문은 수사재판과정에서 할 수 없도록 제한됐다. 하지만 가해자 방어권의 명목으로 이전의 성 경력을 묻는 등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신문은 아직도 이뤄지고 있다.
각 경찰서마다 성폭력전담수사팀이 신설되었지만, 2년 이내에 보직이 변경되고 있어 제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더 세밀하고 정교한 시행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통념이 내 안에 있지 않은지 우리 모두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는 제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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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91년 4월 문을 연 이후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 지원 활동과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정책 마련 및 인간중심적인 성문화 정착과 여성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들을 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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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여성 탓"... 경찰 절반의 '끔찍한' 뇌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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