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생들, 모두 50이 넘은 나이에 제 잘났다고들 떠들어댔다.
신광태
평소 치과엔 잘 가지 않았다. 겁이 좀 많은 편이다. 이를 뽑는 것도 그렇고, 주사를 맞는 건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가 엉망이다. 얼마 전 아랫니가 빠졌다. 발음이 좀 샌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대화할 때 자꾸 이를 의식하게 된다는 거다. 그것이 결국 자신감 결여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내친김에 치과로 가 견적을 내기로 했다.
"1050만 원인데, 추천을 받으셨으니까 950만 원까지 해드리겠습니다." 친절한 간호사는 '임플란트가 최소 6대는 들어가야 하고 정상인처럼 만드는 데 최소 1050만 원이 들어간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도대체 이게 인간의 구강구조냐?'라는 것 같았다.
"아플까요?" 비용에 대한 걱정이 먼저일 텐데, 아픈지를 물었다. 역시 간호사는 예쁜 이를 드러내며 웃기만 한다. 아프단 의미다.
"그러게 평소에 이 아프면 치과 가라고 내가 몇 번 말했어!"한동안 설교를 한 아내는 결국 대출을 내잔다. 아이들 학자금을 내거나 옷을 사는 건 아깝지 않은데, 치아 수선(?)을 위해 들여야 되는 돈은 왜 아까운지 모르겠다.
50대 나이. 머리가 빠지고 배가 나오고 이 또한 엉망이 되는 나이. 또 있다. 가슴도 어린 시절 본 우리 할머니 가슴처럼 처졌다. 젊은 날, 배가 나온 사람을 보면 그건 게으름의 결과라 생각했다. 그러나 50대인 내가 직면한 현실을 보면 꼭 게으르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50대여, 희망을 갖자. 육신은 한낱 비곗덩이에 불과하거늘, 왜 그것을 부여잡고 늙음이라 말하는가.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성취감에 가슴 설레 잠 못 이루는 날도 수없이 많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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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견적만 천만원... 울지 마라 중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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