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바닷길로 서로 오갔습니다.
문희일
개풍군이 알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다. 열람실의 서가에는 지도책들을 분류해 놓은 곳도 있다. 보통 책들보다 가로 세로의 크기가 커서 서가에 꽂을 수가 없어서인지 지도책들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 중 한 권을 빼서 살펴 보았다. 축척이 십오만 분의 일인 정밀도로지도도 있었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십만 분의 일 축척의 관광도로지도도 있었다. 도로명이며 지명에다 또 주요기관까지 세세하게 다 나와 있는 지도대사전이란 지도책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황해도 개풍군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도책에는 북한이 없었다.
북한이 없다 예전에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보던 사회과부도에는 우리나라 전체를 담은 지도가 책의 맨 첫 장에 있었다. 한 페이지로는 우리나라를 다 담을 수가 없어서 두 페이지에 걸쳐 있던 그 지도의 이름은 '대한민국 전도'였다. 남북으로 길게 생긴 우리나라의 전체 모습을 다 담으려니 두 쪽에 걸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지도를 보려면 책을 옆으로 돌려서 봐야 했다.
사회과부도에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똑같은 비중을 두고 실었다. 백두산이 있는 북쪽의 함경도에서 최남단 제주도까지 우리나라 전체를 몇 부분으로 나누어서 차례차례 살펴서 보여주었다. 그 책을 보며 공부를 했던 우리는 북한의 지명뿐만 아니라 산맥이며 평야까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를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까지도 포함해서 생각했다.
그렇게 공부를 해서 그런 걸까. 그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고 꿈에도 소원은 역시 통일이었다. 그렇게 자란 우리 세대들은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당면과제라고 여긴다. 그러나 어느 결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사라져 버렸다. 그 노래를 들어본 지가 언제인지 감감하다. 이제 통일은 흘러간 레퍼토리쯤으로 치부가 되고 그 자리에는 다른 가치들이 들어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