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 한가운데로 군사분계선이 지나갑니다. 날이 좋을 때면 북한의 산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문희일
강화도는 수도권에 속해 있지만 군사분계선과 가까이 있어 최전방이나 매한가지다. 그래서 주둔하는 군인들 역시 꽤 된다. 특히 민통선 안에 있는 동네들은 분단 현실을 일상에서 매일 실감하고 있다. 바닷가에는 철책이 높게 처져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초소들이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 자체를 막고 있다.
여러 해 전에 우리 집에 놀러왔던 고향 친구에게 강화도 북단인 민통선 지역을 구경시켜 준 적이 있다. 그때는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던 때여서 검문 초소에서 일일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했다. 특히 강화도에 적을 둔 차가 아닐 경우에는 통과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민통선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 등을 밝혀야 들여보내 주었다. 다행히 양사면 교산리에 아는 분이 있어서 그 댁에 간다고 말하고 나서야 내 인적사항을 옮겨 적고 들여보내 주었다.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내 친구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친구는 급히 가방을 뒤적이더니 초코렛이며 음료수 등을 꺼내서 검문소의 군인들에게 다가갔다. 군인들은 건네주는 과자와 음료수를 극구 사양했지만 친구의 한 마디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는지 고맙다고 하면서 받았다.
"우리 아들도 군인이에요. 아들 생각이 나서 주는 거니 받으세요."그 모습을 보니 괜히 가슴이 찡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들에게는 모든 군인들이 다 아들처럼 보인다더니, 친구 역시 그런 마음이 들었던가 보았다.
그때 친구와 함께 가봤던 곳이 바로 연미정이다. 강화읍 월곶리에 있는 '연미정'은 민통선 안에 있어서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군(軍)과 군(郡)이 협의를 하여 검문 초소를 연미정 뒤로 약 100 미터 정도 물리면서 지금은 누구나 다 연미정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