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 감자를 닮아, 스스로 자신을 감자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성낙선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선거처럼 유권자를 진땀나게 만드는 선거는 없었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끝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선거였다. 선거운동이 진행되던 기간은 물론이고, 개표 과정에서도 당락이 쉽게 결정이 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일 다음날 날이 밝을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그중에서 가장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강원도지사 후보였던 최문순 지사였다. 이때 최 지사는 누구보다도 "갑갑한 시간"을 보냈다. 선거 결과가 박빙으로 끝날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밤새 역전에 역전을 거듭 하다가 선거일 다음날 동이 틀 때가 돼서야 겨우 승부가 났다.
그 갑갑한 시간을 견디면서 끝까지 개표를 지켜본 결과, 최문순 후보가 1.6%포인트 차로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를 간신히 누르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왜 이렇게 힘든 승부가 펼쳐진 것일까? 최 지사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2011년 보궐선거 때보다 더 어려웠다"라고 평했다.
그 이유는 이번 선거가 "일대일의 선거"가 아닌 "10대 1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최문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최흥집 후보를 비롯해, 강원도 내 국회의원 아홉 명과도 승부를 벌여야 하는 힘겨운 선거전을 펼쳤다. 여기에는 일단 박근혜 대통령과 강원도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시장과 군수들은 제외했다.
'맹목적인 투표' 벗어난 강원도강원도민들은 이미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냈다. 강원도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을 딛고 서 있을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문순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 후보는 정치 지형 상 강원도 안에 고립된 섬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가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강원도 국회의원들을 총동원하는 등 전력을 다한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안마당이나 마찬가지였던 곳에서 패배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다시피 했던 강원도민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최문순 후보를 선택했다. 강원도민의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최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강원도민들이 매우 정교하게 투표를 한 것으로 평가했다. 최 지사 말에 따르면, 강원도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이전처럼 1번을 죽 내리찍은 게 아니고, 도지사는 2번, 시장 군수는 1번"을 찍는 식으로 정교한 투표를 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삼척시 같은 곳에서는 "정책 투표"를 하기도 했다.
강원도민들이 비록 이번 선거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일부 선거에서는 정교한 투표를 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맹목적인 투표'를 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최 지사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유권자들이 아주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최문순 도지사에게 주어진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