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응급실 간호사 이직률은 특히 심한 편이다.
유성애
환자 보호자들이 "간호사님~ 이것 좀 해주세요", "이것 좀 봐주세요"라고 했을 때 간호사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잠시만요~!"이다. 왜냐하면, 간호사가 한꺼번에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통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한다. 하루 24시간 동안 8시간씩 근무하는 거다. 그러나 이건 그야말로 꿈같은 소리다. 한두 시간 시간외근무는 기본이고,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도 허다하다. 일이 미숙한 신규 간호사에게는 12시간 근무도 감사할 지경이다.
내가 일하는 병원 노조에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어떤 부서에서 일하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답변은 '화장실 가고 밥 먹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라는 답변이 나왔다. 심지어 신규 간호사는 근무 중에 화장실 가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까봐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고 한다. 생리적인 욕구마저 처리해야 할 '일'처럼 여기며 사는 간호사들. 밥 굶는 간호사가 다수고 버스, 지하철 타고 퇴근하는 게 소원인 간호사들이 실제 대학병원에 있다(동영상 :
나는 사직을 준비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입니다).
지금은 경제불황으로 전보다 사직율이 조금 감소했으나, 서울대병원노조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당시 5급 간호사 평균 근속 년수는 1.7년이었다. 젊은 시절 한때는 교대근무라는 조건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간호사들은 부족하지 않은 인력으로 제대로 된 간호업무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고 싶어한다.
환자 안전의 핵심은 '의료인력'최근 들어 모든 병원에서 병원 감염 관리를 비롯해 환자 안전과 관련된 많은 프로그램들이 도입되었다. 세미나나 워크숍도 많아졌고 덩달아 관련 서류와 절차도 늘었다. 그러나 인력 충원 없는 각종 평가는 그저 '쇼'에 불과할 뿐이다. 암기와 테스트는 있지만 실제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력에 대해서 병원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래서야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질 뿐이다.
환자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인력 수준이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정규 간호사의 수가 10% 증가하면 수술 환자의 사망률이 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병원에 정규 간호사가 많을수록 요로감염률 감소, 상부위장관 출혈 감소, 수술 환자의 폐렴 감소, 수술 환자의 혈전증 감소, 수술 환자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등이 보고된 바 있다. 병원에 간호사를 비롯해 인력이 부족하면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병원에서 죽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병원의 간호사 인력 수준은 OECD 국가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3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 환자는 15∼20명으로, 일본(7.0명)이나 미국(5.0명)보다 3배 이상 많다. 특히 간호사가 매 시간 돌봐야 하는 '급성기 병상' 1개당 간호사 수는 0.28명에 불과해 OECD 평균인 1.13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외주화... 환자 안전에 빨간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