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진주의료원 응급실 모습.
윤성효
응급실에서만 그럴까? 물론 아니다. 몇 년 전 국내 유수의 사립대학병원이 병원 건물을 새로 짓고 나서의 일이다. 당시 그 병원 이비인후과 의사를 만나려면 만나기 전에 반드시 '기본'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용만 평균 25만 원 가량인 검사를.
개개 환자의 병력을 잘 들어보고 난 뒤 꼭 필요한 검사를 선별적으로 해서 환자에게 최소한의 비용 부담을 지우게 하려는 진료 방식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되었다. 수술실에서도 이런 식으로 환자에게 고가의 진료비를 부담케 하기도 한다. 같은 갑상선암 수술이라 하더라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다.
수술 시 고가의 전기칼(하모닉 스칼펠)을 이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비용이 120만 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유착방지제를 사용하게 하면서 비용을 30만 원 이상 더 지불하게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처럼 병원이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새로운 수술법이라고 하여 내시경수술이나 로봇수술들을 하면 그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게 별로 없는데도 비용만 5~10배가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과잉진료(과잉진단+과잉치료)다.
병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병실에서 행해지는 많은 검사들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환자는 많지 않다. 합법적인 기본 검사가 매일 행해지는 바람에 채혈량이 너무 많아 환자가 빈혈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저 눈으로 병의 경과를 지켜봐도 될 것을 비용을 들여서 확인하는 방법을 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새로운 약이 도입되면 그와 관련된 질병이 증가한다든지, 새로운 검사 장비가 도입되면 그 검사를 의뢰한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서 그 검사를 장려하기도 한다.
암처럼 심각한 질병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암을 진단하는 과정에서도 그렇지만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병원은 비용을 높이려고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암을 치료하고 추적 관찰하는 과정에서도 과잉진료는 존재한다. 1년에 한 번 검사해도 되는 것을 3개월 만에 하게 되면 4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 가지만 해도 되는 것을 2, 3가지 같이 하게 해도 그렇다. 한 마디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검사와 최대한의 치료를 하는 셈이다.
의사와 환자가 갑과 을의 상황이다 보니 환자가 이를 거부하기도 힘들다. 병원은 동일 질환에 최대의 비용을 청구하는 데 목표가 맞추어져 있는 곳이다. 이것은 개인의원에서 다루는 사소한 질병에서부터 대학병원에서 다루는 중증 질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병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현상이다. 그 결과 그 안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이제 자신들의 일상적인 진료행위가 과잉진료인지 아닌지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양심불량 의사가 문제? 시스템의 문제!왜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개중에 특별히 양심 불량인 의사도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개개 의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의료체계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첫째로 현행 의료체계에서는 개개의 행위에 따라 수가가 정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검사와 처치를 해야만 진료비를 많이 청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특정 질병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패키지로 묶어 검사함으로써 진료비 청구 시 한 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로 낮은 의료 수가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위해 각 병원에서 도입한 인센티브 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매출을 많이 올린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합법적 과잉진료 행위가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 모 대학 병원에서는 진급 조건에 진료 실적-매출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것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대학병원에서조차 적은 비용으로 빨리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설 자리는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로 이러한 과잉진료를 점검하고 규제할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행 보험 급여 체계에서는 보험가입자인 환자들이 자신이 받은 진료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판단할 근거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잉진료 여부를 알 수 없다. 보험공단에서도 과도한 개개의 진료행위에 대해 제한하고는 있지만 포괄적 접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즉, 전문가 영역이고 생명이 관계된 영역이다 보니 비용만을 앞세워 제약을 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술 후 항암제치료가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 효과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치료법을 허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과잉진료 등도 문제다. 때론 환자 진료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검사인데도 의사 개인의 관심으로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검사는 의외로 검사비가 비싸기도 한데 알아내기 어렵다.
만일 어떤 의사가 마취 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연구를 하려는 목적으로 마취 환자에게 특정 약물을 주사하고 그 효과를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현행 제도로는 알아내기 어렵다. 물론 그 비용은 환자가 다 부담하게 된다. 병리 검사 시에도 나중에 연구를 할 목적으로 추가로 몇 개의 검사를 더하거나 아직 유용성이 확립되지 않은 검사를 추가로 더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다.
포괄수가제 확대하고 진료비 상한선 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