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회의원이 8일 오후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에 있는 송전탑 반대 움막농성장(127번 철탑)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겼다.
윤성효
또 한 주민은 "이렇게 우리를 찾아와 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고, 감사하다"며 "지난 대선 때 꼭 되리라 100% 믿었다. 우리는 4년간 노숙생활하고 있는데, 이 억울함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127번 철탑 현장에 있는 움막을 지키고 있던 주민들 역시 문 의원을 만나 갖가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송루시아씨는 "송전탑 반대 농성 현장에서는 온갖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힘 닿는 데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경(79) 할머니가 무릎을 꿇고 이야기 하자 문 의원은 편안히 앉으시라고 권했다. 손 할머니는 "철탑이 들어서서 죽으면 억울하고, 그냥 죽으면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 철탑이 들어오지 않으면 나라가 안 되느냐. 왜 이곳에 철탑을 세우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을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서종범씨는 "새정치연합이 야당답게 해달라,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앞서 서서 이끌어 달라, 왜 야당답게 하지 못하느냐"며 "서민 없는 권력자는 없고, 서민이 있기에 공장도 있고 재벌도 있는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의원 "원전 정책 바뀌어야"문재인 의원과 김경수 전 후보는 주민들의 말을 들은 뒤,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발언이 끝나자 주민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경수 전 후보는 "미안하고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지난 지방선거 전에 아랫마을(장동마을 농성장)을 다녀간 적이 있고, 선거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고, 이대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경남도가 강 건너 불구경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도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밀양 송전탑 문제로 주민들의 고통이 오래되었고, 두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그런데도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중재 조정을 했지만 실효성이 없이 끝나고 말았다"며 "이런 속에 공권력이 움막 철거 준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하고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돈과 효율을 앞세워서는 안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소중하며,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에 진정성을 시험할 첫 번째 시금석이 바로 밀양 송전탑 문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대통령선거 때 밀양송전탑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금 주민들이 이렇게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 정치권에서 뭔가 도울 길을 찾고 싶다, 국회 해당 상임위 위원들과 논의하겠다, 행정대집행을 잠시 중단하고 더 나아가 밀양송전탑 건설을 유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힘닿는 대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